‘부천 호텔 화재’ 1년… 노후 숙박시설은 오늘도 ‘안전 사각지대’

노경민 2025. 8.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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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2일 부천 호텔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경기시 부천시 중동 화재 호텔 앞에 25일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정선식기자

"1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 부천 원미구 호텔 화재로 20대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아버지 A씨는 참사 1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무거운 회상 속에 머물렀다.

A씨의 아들 B씨는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귀가하기 전 잠깐 부천에 머물렀다가 변을 당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든 연기 탓에 복도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객실 안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사고 이후 유족들은 하루하루 눈물로 지새우고 있지만, 법정은 여전히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재판부에 피고인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여러 장의 탄원서가 보내진 사이 그들은 전원 보석 석방됐다.

A씨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꼼꼼히 화재 점검을 했다면 이런 참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천 호텔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노후 숙박시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9~10월 도내 5층 이상의 숙박시설 1천226곳에 대한 불시 단속을 한 결과, 소화·피난기구 등 불량사항이 적발된 곳은 655곳(53.4%)에 달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규모 숙박시설 1천496곳을 상대로 벌인 집중 조사에서도 439곳(29.3%)에서 불량사항이 발견됐다.

지난 2017년 6층 이상의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거나 5층 이하인 경우 의무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높이 3~10층의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완강기 1대 또는 간이 완강기 2대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15년 이전 건립된 숙박시설은 간이 완강기를 최소 1대만 설치해도 저촉되지 않는다. 간이 완강기는 투숙객 1명이 일회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2명 이상이 머무는 객실에선 대피 수단으로 충분치 않다.

이같은 우려가 지속되자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 설치 의무화 대상을 '화재에 취약한 숙박시설'로 범위를 넓히는 게 법안의 핵심이지만, 1년 가까이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부천 화재 사고의 유족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홍지백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사고 당시에도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구조 활동 등에 문제가 많았다"며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 1주기인 22일 부천시의회에서 추모식을 진행한 뒤 호텔 앞에서 묵념과 헌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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