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일치법

집권 2개월이 지나면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공공기관장과 임원 인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임하고 싶은데, 임기가 정해진 합의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없으니, 방통위를 폐지하고 기능은 거의 똑같지만 이름만 다른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가칭)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KBS 사장과 이사들, 보도전문 채널의 사장을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방송법을 개정해 사장 선출 및 이사 추천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 및 임원 충원 방식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공영방송 사장과 임원 교체가 최우선 과제였는데, 그 이유는 공영방송이 집권자와 여당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행정 권력과 국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유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소위 ‘언론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 아니,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면서 그토록 언론개혁을 외치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여당의 나팔수로 부려 먹으려면 기존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보니 공영방송과 수많은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3년 만에 갑자기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에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임기가 많이 남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약 30여 명의 공공기관장들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지만, 임기가 지났어도 교체되지 않고 남아 있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무려 81명의 공공기관장을 대거 임명했고, 그들의 임기가 3년이었기에 윤석열 대통령 파면 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전현희 의원의 행태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말에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2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임기가 정해진 공무원이니 함부로 해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법을 바꿔 국민권익위를 해체하고 시민권익위(가칭)를 신설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윤 정권은 그럴 능력도 없었고 그처럼 뻔뻔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공공기관이 왜 이리 많으냐며 공공기관 통폐합을 지시했다. 겉으론 비효율적 조직을 줄이겠다는 개혁적 메시지로 보이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장 교체의 길을 연 것으로 읽혔다. 현행법상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마음대로 해임할 수 없으니 기관 자체를 없애거나 통폐합해서 새로 기관을 만들어 버리면 자연스럽게 해임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려는 계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그 뒤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에 나름대로 공을 세웠다는 ‘정치 한량’들이 그 자리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통폐합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하다못해 기관 로고나 봉투지 한 장도 모두 바꿔야 하고, 통폐합 이후 중복 기능의 잉여 인력 구조조정의 문제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동기가 어찌됐든 혈세를 낭비하는 유사중복 공공기관의 통폐합이나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환영할 일이다. 당선된 대통령과 새 정부의 통치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임기제 고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채우려고 그 자리에 앉아 국민 혈세를 축내는 것을 옳지 않다. 치대를 나와 사법고시까지 한 전현희 의원이 이를 모를 리가 있는가. 알면서도 윤석열 정부와 대립하고 윤 정부를 어렵게 만들어야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데 유리하니 질긴 잡초처럼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둘 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 언론개혁, 공공기관 개혁이란 명분으로 공영방송의 사장 및 임원 추천 방식을 개편하고 공공기관을 통폐합해 놓고, 다음엔 또다시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바꾸거나 공공기관을 분리 또는 신설한다면 그땐 민주당이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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