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AI시대 인간예술의 최후 보루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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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세트 전환만 61회.
영화처럼 1920년대 뉴욕 저택과 맨해튼 거리, 호텔 등을 쉼 없이 보여주고 롤스로이스 자동차 2대까지 극장을 달린다.
넷플릭스 등 OTT 공세에 한국 영화·드라마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제 공연이 한류의 최후 보루다.
이미 국내 공연 매출이 2023년부터 영화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공연 매출 7414억원, 영화 4079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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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
토니상 수상 작가 박천휴처럼
인재 양성 아카데미 설립해야

무대세트 전환만 61회. 영화처럼 1920년대 뉴욕 저택과 맨해튼 거리, 호텔 등을 쉼 없이 보여주고 롤스로이스 자동차 2대까지 극장을 달린다. 한국 공연 역사상 가장 화려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국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현란한 무대는 역설적으로 상류층 여인을 사랑한 개츠비의 비극을 극대화했다.
이 작품을 '뮤지컬의 성지'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 서울 GS아트센터에서 동시 공연하는 대기록을 세운 프로듀서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려도 브로드웨이를 향해 '돈키호테'처럼 돌진했던 그는 2번의 실패 끝에 '위대한 개츠비'를 성공시켰다. 물론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2015년 '닥터 지바고'의 흥행 참패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꿈을 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극복했다. 그 대신 실패 원인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홀러 이프 야 히어 미'는 의욕이 앞서 제대로 작품을 가다듬지 못했고, 여러 프로듀서와 공동작업한 '지바고'는 서로 방향이 맞지 않아 배가 산으로 갔다.
이번에는 그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팀을 꾸렸고, 철저한 준비 끝에 흥행질주 중이다. 지난해 4월 뉴욕에서 개막 후 누적 관객 수 60만명을 동원하고, 매출 1170억원(7월 말 기준)을 올렸다. 입소문을 타고 올해 4월 시작된 런던 공연도 매출 300억원을 넘겼다.
그는 이제 독일, 호주, 중국, 일본, 브라질 공연도 협의 중이다. 2001년 회사 설립 때부터 세웠던 목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뮤지컬'에 좀 더 다가서고 있다. 30년 넘게 롱런하기 위해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는 고전문학인 F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했다. 신 대표는 "지금 전 세계가 1920년대 미국처럼 부의 불평등이 심하고 급변하는 세상이다. 시대를 관통해 개츠비의 매력을 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24년 만에 꿈에 다가선 소감을 묻자 그는 "외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한국인 프로듀서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어서다. 그는 빗방울로 바위를 뚫듯 힘겹게 세계 뮤지컬 시장을 두드렸지만, 후배들은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뮤지컬 아카데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토니상 수상 작가인 박천휴 같은 인재들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국 뮤지컬 시장이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4년 설립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봉준호, 최동훈, 장준환 감독 등을 배출해 한국 영화 르네상스가 왔듯이 뮤지컬 아카데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대학교와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의 공동 운영으로 교육과 현장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산학협력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독립영화처럼 소극장 뮤지컬 제작을 뒷받침할 정부 지원도 따라야 한다.
넷플릭스 등 OTT 공세에 한국 영화·드라마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제 공연이 한류의 최후 보루다. 이미 국내 공연 매출이 2023년부터 영화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공연 매출 7414억원, 영화 4079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급감하면서 배우들도 공연으로 몰려오고 있다. AI 배우가 대체할 수 없는 장르가 바로 무대 실연(實演)이기도 하다. AI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와 광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객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연기할 수는 없다.
제2의 신춘수·박천휴가 나오려면 공연시장 체질을 개선할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초연, 재연, 해외진출 등 단계별 지원책과 모태펀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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