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형식적 참여를 넘어, 송도 석산 개발에 시민 목소리 담아야

김천권 2025. 8. 21. 17: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인천도시공사(iH)는 오는 9월, 송도 석산 일대를 도시개발사업 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7년 하반기까지 주거지와 자족 시설, 공원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확정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명소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겉보기에는 지역 발전을 위한 공공개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 어디에도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언급이 없다. 오랫동안 방치된 이 부지는 도시 내 유일한 석산지로, 시민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도 지역사회와의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개발계획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설사, 인천시, 혹은 인천도시공사?

도시개발 용역은 일반적으로 연구진이 국내외 사례를 조사해 초안을 만들고, 전문가 토론과 청문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는 과정을 따른다. 언뜻 보면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절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시민 의견은 대부분 형식적으로만 수렴된다. 전문가들이 초안을 완성한 뒤 시민이 의견을 제시해도, 계획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정보와 자료를 독점한 전문가 집단의 결정 앞에, 시민의 의견은 주변부로 밀려난다.

전문가 토론회도 문제다. 계획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가진 전문가는 초청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관점과 비판이 차단된 채 긍정적인 의견만을 모은다면, 그 과정이 아무리 '공론화'를 표방하더라도 편향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용역회사는 개발계획 수립까지만 책임질 뿐 실제 실행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용역의 주된 목적이 시민 의견 반영이 아니라 발주기관 만족이라는 점에서, 이 과정은 형식적 설득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시라! 이미 청사진이 마련된 상황에서 시민들이 공청회에서 다른 의견을 낸다 한들,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국 중요한 것은 용역 이전, 즉 개발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고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공공개발의 출발점이다.

송도 석산 개발은 단순한 공간 정비 사업이 아니다. 지역 환경, 공동체, 미래 도시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업이다. 그런 만큼 개발을 서두르기보다는, 인천 시민들과 어떤 방향의 개발이 바람직한지 깊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시민은 구경꾼이 아니라 주체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 진정한 공공개발은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