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는 눈치, 사장님은 골치…주휴수당, 최저임금에 합치면 안 되나요?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이정민 기자 2025. 8. 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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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참 말이 많은 화두입니다. 공정, 안전 등을 위한 장치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할지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규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어지지만 시행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희는 규제를 통해 발생한 '결과적인 상황'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의도했던 목적과 '기대했던 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규제가 의도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좋은' 규제도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것인지?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의 시작과 접근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진행해 온 전문가들의 모임 '(사)좋은규제시민포럼'과 함께 합니다. 공동기획 : (사)좋은규제시민포럼
 

'월화목, 오전 9시반~오후 2시 근무하실 분 구해요.' 한 카페 근무자를 모집하는 구인광고입니다.

하루 4시간 반씩 주 3일이니까 일주일에 13시간 반 근무입니다. 이것도 짧은 편이 아닙니다.

요즘 구인광고에는 하루 3시간짜리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이런 단시간 일자리, 이른바 '일자리 쪼개기'가 많아진 배경엔 '주휴수당' 제도가 있습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수당 계산까지…초단시간만 뽑는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 하루치 임금에 상응하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유급휴일 하루가 주어집니다. 하루에 3시간씩 5일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주 15시간 일했으므로 하루 3시간 근무한 것과 같은 수준의 주휴수당을 받게 됩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기본 시급 외에 주휴수당을 일일히 따져 예산을 세우고 지급해야 하는 겁니다.

내수 부진으로 가게 문을 닫을 지경에 놓인 소상공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주휴수당은 비용뿐 아니라 운영상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인구직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미만' 일자리 공고 비중이 지난해 19.7%에 달했습니다. 알바 공고 5건 중 1건이 초단시간 일자리라는 얘기입니다. 이 비중은 2021년 16.2%, 2022년 16.8%, 2023년 18.0%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주휴수당 때문에 임금 계산이 복잡해지는데다, 이미 최저임금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며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역시 앞서 권고문을 통해 주휴수당이 근로시간·임금 산정을 복잡하게 하고 15시간 미만 쪼개기 계약을 유인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외 주요국 상황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7개국만이 유급 주휴제도를 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동계 "지금도 임금 낮아"…일자리 쪼개기 칼 대나

사업주는 물론 각계가 주휴수당 재검토 목소리를 내는 반면에 노동계는 임금 삭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여전히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임금 수준이 더 낮아진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정과제로 오는 2028년까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까지 주휴수당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루 2시간 알바도 주휴수당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 쪼개기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업주들이 아예 고용 인원 자체를 줄이면서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인건비 문제는 고용과 직결돼 있다"면서 "각종 법정수당 부담이 늘어나면 업체들은 당연히 고용을 줄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주휴수당, 최저임금에 포함이 답"


음식점에서 장시간 일해도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한 20대 알바생은 "요식업 특성상 근로시간 길고 보수가 적다"며 "계속 (요식업에) 몸 담을텐데 굳이 따로 주휴수당 챙겨달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제도상으로는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주휴수당을 유지하자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일자리 쪼개기를 유발하지만, 그렇다고 폐지하자니 임금 삭감을 우려한 반대가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최저임금과의 통합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국정과제가 현실화돼 모든 근로자가 주휴수당을 받게 된다면, 아예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주휴수당이 포함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휴수당을 없애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는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전례도 있습니다. 주휴수당처럼 최저임금과 별도로 계산되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단계적으로 산입됐습니다.

다만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더 높이려는 노동계와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경영계가 각을 세우는 가운데 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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