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면, 비난보다 더 중요한 것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5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하며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1/KorMedi/20250821170226217eerb.jpg)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이자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8월 18일 열린 '제5차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가족 사면을 비판했다. "조국 내외가 저지른 조민 7대 허위 스펙은 3심 모두 한 번도 변함없이 유죄였다"며 "제가 아는 의대 입학생이 기천은 될 것이고, 제가 아는 의대 장학생이 기백은 될 것인데 그들의 입시를 탈탈 털어 보라"고 했다.
조국 사면을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타인에 비해 지나친 처벌을 받았으니 사면에 동의할 수 있어도 그들이 지은 죄는 옳지 못하다"라고 한다.
이처럼 이번 사면에 대한 반발은 크고 논란은 뜨겁다. 그 중심에 조국의 딸 조민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무효와 전공의 자격 박탈이 있다.
나는 1980년대에 어느 대학병원장 행정 비서로 수련 의사 선발과 채용 등을 총괄하는 실무자였다. 의대생 선발 및 교육, 전공의(수련 의사) 선발, 수련과 매우 밀접한 업무였다. 그 무렵 전공의 선발 시험은 문자 그대로 '해당 진료 과장 마음대로'였다. 때로는 그 이면에 적지 않은 물질적인 대가까지 오갔다.
수련 의사 선발 필기시험은 매년 판박이인 '족보'가 있어 웬만하면 모두 만점을 받았다. 누구나 다 보는 그 족보조차 구하지 못하거나 어쩔 수 없이 실력이 안되는 경우에도 0.5점 문제 3개 정도 틀렸다. 1등과 꼴찌의 차이가 단 1.5점이다.
관건은 면접시험에 있었다. 전체 시험에서 면접시험의 비중은 10%로 10점 만점이었지만 면접 1등과 꼴찌는 5점 차이가 났다.
면접 시험의 내용이 가관이었다. 아버지의 직업과 직책 혹은 의사인 부모의 출신 대학과 재직 학교, 보직 등을 묻는 것이 고작이었다. '의사, 판검사, 부자'의 자녀가 대개 최고점을 받았다. "네 아버지는 무엇하시냐"가 의사의 전문 과목을 결정하는 시험 문제였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나는 매년 치러지는 전공의 선발 시험을 경험하면서 그 조악한 선발 과정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의사 자신들 내부의 문제"라고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해에는 그렇게 모른 체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시험이 끝난 뒤 시험장이 아닌 병원장실에서 의대와 대학병원 간부 교수들이 모여 앉아 시험 성적을 조작하는 회의 장면을 목도한 것이다. 나는 그 일의 실무자로서 그들의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고 기자회견으로 외부에 알리겠다"고 항의했다. 병원과 학교 당국은 '의과대학 교수 비상총회'를 거쳐 애초 시험장에서 결정된 점수 그대로 수련 의사 선발을 마무리지었다.
덕분에 '빽'이 없고, 배경이 부족하고, 부모가 가난하고, 권력자가 아닌 일부 전공의 응시자들도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대신 나는 문제를 제기한 바로 그 다음 날 병원장 부속실 비서 자리에서 지하실 창고 관리자 겸 세탁물 수거 운반 직원으로 쫓겨났다.
물론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의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전공의 선발을 둘러싼 일들은 의사들과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지극히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라 당사자와 일부 주변에 있는 사람들 아니면 알 수 없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있을까 두려워 평생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오래 전 수련 의사의 선발 과정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여전히 또 다른 방식과 관행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선발 과정에서도 '논문 대필'과 '허위 경력,' '부모 찬스' 등이 완벽히 없어졌다고 믿지 않는다. 더 긴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함께 변하고 바뀌면 사라질지 모를 일이지만...
이 의원의 제안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하고 별 소용도 없는 일이다. 지금쯤 그의 친구와 선 후배 의사들은 대부분 전공의 수련 과정을 다 마치고 다양한 현장에서 연구와 진료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사들과, 주변 친인척과, 졸업한 학교를 압수수색하고, 몇 년동안 검찰을 총동원해서 탈탈 털면 모든 것을 파헤치는 것이 가능할까? 가짜 스펙으로 입학한 의사, 허위로 장학금을 수령한 의사, 수련의사 선발 과정에 부정으로 합격한 의사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전공의 자격을 박탈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대 입학을 무효화하고, 그 부모를 감옥에 보내야 할까?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논란이 잠재워질까?
나는 의료계와 정치권이 조국 가족의 사면과 그 가족의 행위에 대한 비난을 이제는 멈추어야 할 때라고 믿는다. 그 대신 의료계 내에 만연했던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던 오랜 관행들이 이번 사태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전원 입학을 둘러싼 부모 찬스, 허위 경력을 위한 불법과 편법, 전공의 선발 및 수련 과정의 부당한 권력 지향과 집단이기주의적인 악습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겉으로는 조국 가족과 그 사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도 정작 의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제반 과정에 더 악질적이고 정교한 방식이 남아 되풀이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도, 정치권도, 의료계도 더 늦기 전에 의전원 학생 선발과 교육, 전공의 채용과 훈련에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신속히 개선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글=시스템스위즈덤코리아 김일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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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출 대표 (medicallead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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