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中업체가 꿰차나…공사-입점업체 갈등 ‘점입가경’

허인회 기자 2025. 8.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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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80억원 ‘적자’ 신라·신세계 임대료 인하 요구…법원에 조정 신청
공사 “배임 위반 소지”…재입찰 시 중국 최대 면세기업 등장할 듯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인천국제공항 탑승동에 위치한 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의 임대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업황 부진으로 적자 폭이 커지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사 측은 경쟁 입찰 질서가 무너진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이 법원에 임대료 40% 감면을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지만, 공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이 철수 카드까지 고려하는 가운데 중국 국영 면세기업(CDFG)이 재입찰에 응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의 관문인 면세점 구역을 중국기업이 차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오는 28일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신청한 임대료 조정에 대한 2차 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냈다.

면세업체들이 임대료 감면을 주장하는 이유는 2023년 입찰 당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이 제시한 여객 1인당 기준가(5346·5616원)의 각각 168%(신라·8987원), 161%(신세계·9020원)를 임대료로 써내며 10년 운영권(2023년 7월~2033년 6월)을 따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여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염두에 둔 베팅이었다. 당시에도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면세점 입점을 위해 과감하게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입찰 당시 예측이 빗나가면서 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면세점의 큰 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그나마 입국하는 관광객들은 시내 면세점이나 올리브영·다이소를 이용하는 등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임대료 산정 방식도 불만이다. 매출 연동이 아닌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이라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날수록 임대료는 상승하는 구조다.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가 약 301만 명임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는 월 300억원 안팎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매출은 늘지 않아 매월 80억원 수준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2023년 당시 입찰권을 따내지 못해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은 막대한 임대료 부담이 사라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한 6685억원을 나타냈지만 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형 면세점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2분기 매출 8502억원을 기록했으나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한 605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항 면세점 매출 부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때문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면세 사업자의 임대료를 30% 이상 감면했고, 중국 상하이 국제공항 역시 임대료 최소 보장액을 4분의 1 수준으로 내려 부담을 낮춰줬다.

이런 상황에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공사 측에 임차료를 현행 대비 40% 수준으로 인하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감정촉탁을 시행한 결과, 현 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토대로 한 주장이다. 만약 공사 측이 현재 임대료를 고수한다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철수하겠다는 것이 면세 업체들의 입장이다. 이들 업체의 위약금은 2000억원에 육박한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임대료 조정 요청, 미수용 입장 결정"

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라·신세계가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 상태에서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특경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고,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입찰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체들의 요구에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면서 "총 10년의 계약 기간 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액해 달라며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 사안의 본질"이라며 "면세사업자들이 제기한 임대료 조정요청에 미수용 입장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오는 28일 예정된 법원의 2차 조정 기일에도 불참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공사 측이 신규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인 중국 국영 면세기업 CDFG(China Duty Free Group)의 입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CDFG는 2023년에도 면세사업권 입찰에 도전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첫 관문인 인천공항을 중국 기업이 차지한다는 점과 국내 면세 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 등의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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