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카고 하늘에 저승사자…K-콘텐츠 광주로 모인다

2025년 8월, 미국 시카고의 여름밤을 가르며 수백 대의 드론이 하늘을 수놓았다. 갓을 쓴 저승사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숨죽이던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곧 드론들은 재배열돼 "The honmoon is sealed"라는 문구를 하늘에 새겼고, 이는 K-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주인공들의 미션 완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이 퍼포먼스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참여한 삽입곡 테이크다운(Takedown)을 라이브로 최초 공개한 무대로 웅장한 드론 쇼와 폭발적인 무대가 어우러지자 롤라팔루자 현장은 함성과 환호로 들끓었다. 같은 작품 속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주제곡 골든(Golden)은 발매 직후 글로벌 스트리밍 차트를 석권하며 빌보드 Hot 100과 Global 200 동시 1위를 달성했고, 유튜브에서는 '천하제일 골든대회'가 이어졌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위치조차 몰랐던 서양인들이 이제는 한국의 저승사자에 열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는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제20회 광주 에이스 페어가 열린다. '패러다임을 넘어, 광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30개국 400여 개 기업, 200여 명의 바이어, 4만여 명의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한다. 에이스 페어는 방송·OTT, 애니, 게임, XR, AI 등 K-콘텐츠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장이자 창작자·기업·바이어를 잇는 비즈니스 마켓이며,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2006년 출범 이후 참가 기업 수는 59개에서 400개로, 바이어는 12명에서 197명으로, 계약추진 실적은 6억 원에서 2,739억 원으로 성장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제전시협회(UFI) 공식 인증을 유지하며 국제 콘텐츠 산업 허브로서 위상을 확립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9조 달러 규모로, 2029년에는 3.5조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2023년 791억 달러 규모에서 연 4.3% 성장률을 유지해 2026년에는 86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 시장은 연평균 15.5%라는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이재명 정부는 "문화가 곧 경제이자 국제 경쟁력"이라는 비전 아래, 2030년까지 K-콘텐츠 시장 300조 원, 문화 수출 5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장르의 세계 진출 지원, 인공지능·XR·버추얼 프로덕션 등 차세대 기술 접목, 금융·세제 지원 확대, 창작권 보호를 아우르는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 전략을 추진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2012년 CGI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영상·애니메이션 창작 기반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2022년 문을 연 광주실감콘텐츠큐브(GCC)는 기업 입주, VR/AR/XR 제작, 실감 콘텐츠 R&D와 체험이 가능한 원스톱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일빌딩 콘텐츠허브, 양림동 콘텐츠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해 128개 기업에 입주 공간을 제공하며, 문화산업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세제 감면과 각종 보조금 혜택을 지원한다. GCC사관학교와 산학 연계 교육으로 매년 약 600명의 실감·게임·애니·웹툰 분야 인재를 양성, 청년들의 취·창업을 돕고 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2023년 광주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에서 모두 비수도권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민선 8기에만 17개의 유망 기업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영화 명량, 국제시장, 좀비딸이 광주의 제작 인프라를 활용해 제작됐고, 브레드 이발소, 두다다쿵은 지역 기반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에이스 페어는 광주 콘텐츠 산업의 20년 발자취와 미래 20년 비전을 담은 특별주제관을 마련한다.
청소년 AI 콘텐츠 경진대회,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장성호 감독과 웹툰 윌유메리미의 마인드C 작가 특별강연 등도 예정돼 있다. 이번 행사가 기업에는 새로운 판로를, 시민과 청소년에게는 미래 산업의 꿈과 기회를 선사하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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