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G3’ 달성 가능… 컴퓨팅 인프라·데이터·인재에 달려 ‘AI 풀스택’ 비효율적… 제조· 응용AI 분야 세계 선도전략 펴야 AI혁명 핵심은 ‘인간증강’… 생산성 향상서 실질효과 나타날 것 데이터 확보 위한 개인정보 규제 재정비, 스타트업 생태계 필요 공공분야 AI 도입 뒤쳐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권한 강화해야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 前한국정보과학회 AI 소사이어티 회장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전 분야에서 모두 잘 할 수는 없습니다. ‘AI 풀스택’보다는 제조나 응용 등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특화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21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조성배(60)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AI 3대 강국(G3)’은 달성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AI 분야에 투자할 예정인 100조원을 백화점식으로 나눠 쓰면 안된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AI의 경쟁력은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인재 등 3박자에 달려있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AI G3’의 목표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데이터 확보를 위해 주요 경쟁국에 비해 까다로운 개인정보 규제를 재정비하는 게 시급하며 ‘AI 특구’를 만들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전자정부나 디지털정부에선 대한민국이 앞섰지만 공공 분야의 AI 도입은 많이 뒤쳐졌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조교수는 “AI 혁명의 핵심은 ‘인간 증강이며, AI 대전환(AX)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생산성 향상에서 실질 효과를 나타날 것이라며 AX를 통괄할 컨트롤타워인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서울 경동고와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전산학과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연세대 인공지능대학원장,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 회장, 한국정보과학회·한국인지과학회 부회장,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실용 인공지능 연구 학술논문이 1500여 건에 달하며 피인용 총수 2만건을 돌파, 컴퓨터공학 분야 연구 포털 가이드 투 리서치(Guide2Research)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분야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 ‘데이터 천재들은 어떻게 기획하고 분석할까?’ (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AI(인공지능) 혁명’의 시대, 생성형 AI 등 AI 기술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AI 기술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까요?
“인간이 무엇인지라는 존재론적인 고민은 유사 이래 있었습니다. 정답은 없는데,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만들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애널리시스 바이 신센시스’(analysis by synthesis), 즉 합성에 의한 이해나 분석 시도가 있어왔습니다. AI는 사람의 인지 능력, 보고 듣고 의사결정하고 판단하는 그런 과정을 재현해 보려는 기술인데 처음에는 기술도 좀 변변치 않았지만 여건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성형 AI라는 컴퓨터의 힘을 굉장히 많이 빌린 기술이 탄생했습니다. 이걸 발전시키면 예를 들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일반인공지능)라든가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초인공지능)가 등장할 겁니다. 사람이 하는 보편적인 여러 일들을 하는 AI인거죠. 이는 유사 이래 존재하는 인간의 호기심이랄까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일단 생산성 향상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인간은 도구를 발견하고 또 사용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AI는 인간의 인지적인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이른 바 ‘휴먼 어그멘테이션’(Human Augmentation·인간증강)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불, 자동차 등 도구로 인해 인간의 기능이 확장돼 왔는데 이제 지능의 기능을 확장시켜 더 깊이 생각하고 많은 걸 기억하고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생산성 향상이라든가 인간이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지만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이미 일정 분야에서는 뛰어 넘지 않았나요? 바둑도 인간보다 더 잘 두고, 결함을 탐지하는 등 제조 공정에서도 더 잘합니다. 특정 분야는 이미 인간의 기능을 뛰어넘었다라고 볼 수 있는데, 인간 일반으로 봤을 때 이를 뛰어넘는 게 나올까는 왈가왈부하죠. 이른 바 전면적인 범용인공지능의 개발은 시간과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고 윤리적인 문제 또한 동반될 수 있습니다. AI를 개발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짧게는 10년 이내, 길게 보는 분도 40~50년 안에는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AI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지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능적으로는 사람보다 더 뛰어난 도구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자의식을 포함해 예를 들어 감정이라든가 창의성이라든가 또는 윤리 문제까지 포함하는 궁극의 진짜 AI, 그리고 인간보다 뛰어난 AI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를 넘어 AX(AI Transformation?AI 대전환)가 사회적 화두입니다. AX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사회적인 슬로건 같은 거 아닌가요? DX도 그랬고 AX도 그렇고. 기업이나 조직이 이제까지 해오던 걸 혁신하려는 돌파구를 DX에서는 디지털이라는 기술로 해보려고 한 거였고 AX는 AI라는 기술을 통해 혁신을 일으키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AI는 인간의 기능을 재현하려는 것이어서 기업의 업무 방식이라든가 서비스, 의사 결정, 고객 경험을 다루는 법 등 총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그래서 어쩌면 단순히 어떤 한 부분이 아니고 전체를 바꾸는 시대적 흐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세계 각국의 ‘AI 경쟁’이 치열합니다. AI 시대 경쟁력은 무엇이 좌우할까요?
“경쟁력 척도는 대략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굉장히 좋은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컴퓨팅 인프라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첫 척도입니다. 다음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그걸 다룰 수 있는 사람, 인재가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경쟁력의 척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은 어느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평가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영국 뉴스 사이트인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나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AI 경쟁력 순위를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6위에서 7위 정도로 글로벌 10위권 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1위와 2위인 미국, 중국 빼고 나머지는 올망졸망합니다. 필요하다면 그 척도에 입각해 순위를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글로벌 AI 3대 강국, ‘G3’(주요 3개국)를 지향하고 있는데 G3도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혁신성이 높고 디지털 인프라, 인터넷 인프라가 잘 깔려 있습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순위를 잘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인재 부족, AI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운영 환경, 윤리적인 AI 도입을 위한 리스판서블(responsible) AI라는 책임 AI 분야에선 점수가 좀 낮습니다. 경쟁력 순위만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족집게처럼 점수를 채우면 올릴 수는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G3라든가 그런 순위가 국민과 국가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뭐가 더 좋아지는 건지를 더 명확하게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3대 AI 강국’을 목표로 제시하며, ‘소버린 AI’ 개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AI 전략은 맞는 방향이나요?
“소버린 AI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소버린 AI는 처음 한국적인 문화라든가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는 AI로 시작했는데 이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요즘 얘기하는 소버린 AI는 예를 들면 민감한 정보 유출을 막는다든가 기술 주권쪽에 무게중심이 가 있습니다. 우리 자체적으로 기술이 없으면 외국 기술에 종속되는 문제가 있으니 우리만의 어떤 AI를 만들어 보자는 뜻이겠죠. 그걸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인재들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소버린 AI라면 맞는 방향입니다. 한국형 소버린 AI 모델을 잘 만들면 미국이나 중국 등 외산 기술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데이터 주권 문제 그리고 산업 문화 언어 등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어서 국가적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I 혁명’의 성공은 향후 3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왔는데 아직 구체적인 ‘AI 액션플랜’을 내놓고 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액션 플랜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돼야 할까요?
“AI 분야는 액션 플랜을 만드는 데 애매모호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해 국가 R&D 자금이 30조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비해 보면 100조원이 굉장히 큰 금액이긴 한데 AI 분야에서 보면 1개 빅테크 기업의 투자와 견줘서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하는 컴퓨팅 인프라, AI 모델, 인재 양성 등의 내용이 담겨야겠죠. 스타트업 창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한다든가 또 공공이든 산업 특화든 데이터를 잘 개방해 쓸 수 있게 만드는 내용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두를 우리 독자적으로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규제라든가 윤리 프레임워크 등도 손을 봐야 합니다. 특히 산업 AI의 육성 방안도 중요합니다. 100조라는 돈을 잘 활용해 ‘AI G3’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담겨야 합니다. 100조가 크긴 하지만 백화점식으로 잘게 쪼개 투입하는 전략은 승산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정책적으로 ‘G3’가 무얼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미국은 (AI 반도체·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AI 응용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AI 풀스택(AI Full Stack)을 우방국에 전수, 협력이라고는 하지만 종속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해보겠다기보다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 제조나 의료 분야 등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AI 풀스택 중 특정 부분을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면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 우리만의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 세계적인 AI 경쟁 와중에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핵심 요소는 뭘까요? 그리고 우리의 AI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우리는 지금 컴퓨팅 인프라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인력도 부족한데다 심지어 유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AI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선 예전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처럼 전 국민적으로 힘을 합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G3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로드맵’ 같은 것도 잘 만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점진적인 어프로치를 써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I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이 나오고 있어 우물쭈물하다 보면 따라가기에도 급급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를 기업이나 개인이 해보라고 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험이 될 수 있겠지만 국가적으로 올인원 테스크 포스 같은 것을 만들어 권한을 주고 재원을 집중 투입해 돌파형, 선도형 분야에서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중국이 그런 방식으로 국가 AI 전략을 가져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미중은 ‘AI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누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불과 5년전만 해도 당연히 미국이라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인재 풀이 광범위하고 플렉시빌리티(flexibility, 유연성), 재원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기초 연구라든가는 AI반도체 또 클라우드 쪽에서는 우세에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계속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 또한 무섭죠. 시장이 크다는 점을 활용해 국가 주도의 AI 실용화 등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비등한 수준이라서 중장기적으로는 단언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대한민국은 제조 강국으로 AI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응용 AI’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까?
“기초적인 인프라 구축, 그리고 그 응용 간 밸런스를 맞춰야 하지만 응용 쪽에, AX 쪽에 더 선도적이고 세계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입니다. 반도체라든가 조선이라든가 2차 전지 같은 제조업 분야는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지만 우위에 있는 분야로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국방이라든가 원자력 등은 외산 기술에 종속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의료는 세계적으로도 발전한 분야이고 좋은 인력이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AI를 등에 업고 뭔가를 해내면 분명히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 요양이라든가 간병 또 고령층 의료 등에도 AI를 적용하는 연구나 개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 일상에서 쉽고 편리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으려면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전제돼야 됩니다. 교수님도 언급했습니다만 그런데 우리는 여러 규제들이 많아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이런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여타 국가보다도 개인 정보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미국 빅테크보다도 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AI를 개발한다든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입니다. 법제 같은 걸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법이라든가 데이터 관련된 여러 규제들에 대해 이런 규제가 필요한 건지, 이런 규제가 있을 때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혜택이 있을지 국가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도 데이터 익명화라든가 가명화 같은 기술이 발전돼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개인 의료 정보 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국민들한테는 홍보가 잘 안된 것 같습니다. 모든 데이터 개방이 어렵다면 산업 쪽 관련해 특정 분야 데이터에 대해선 기업 간의 데이터 교류를 활성화한다든가 또 정부가 주도해 공공 데이터를 더 개방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AI를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어떤 게 더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면 데이터 개방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 AI 시대의 성패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달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효율적인 생태계 구축 방법은 뭘까요?
“우리나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이 융성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원론적으로 사회적으로 실패를 용인하고 창업을 권장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민간과 공공이 연계해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한다든가 R&D나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든가 해야 합니다. 우리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처럼 소국이지만 잘하고 있는 국가들을 벤치마킹해 보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요구됩니다. 특별 지구 같은 것들을 만들어 그 안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스타트업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 AI 시대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반도체로,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추론형 고성능 칩 등 AI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들어 세계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SK하이닉스는 GPU에 들어가는 HBM 메모리 쪽에 특화돼 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금은 힘들어 하지만 기초체력이 있으니까 AI 반도체에서 분명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학습할 때 쓰는 반도체와 추론할 때 쓰는 반도체가 다른데, 프리오사라든가 몇몇 스타트업들에선 추론용 반도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축적된 반도체 기술을 잘 활용해 독자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요구됩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인 이슈입니다. 플랜 A, B, C 같은 걸 여러 개를 만들어 공급망 같은 것도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 AI 시대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는 인재 확보인데 AI 인재 유출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유는 무엇이고, 해법은 없을까요?
“유출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더 좋은 환경에 더 좋은 보수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산업이 AI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비가 덜 돼 있어서, 수요가 잘 준비안 돼 있어서 유출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도 해외 인력을 충원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AI 분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임금 격차가 큽니다. 야구의 메이저 리그나 축구의 프리미어 리그 우수 선수 스카웃 하듯 금액을 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만도 아닙니다. 더 협력해 우수한 사람들과 함께 네트워킹 하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겁니다. 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을 거고. 그런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유출 인력에 버금가는 새로운 인력들이 충원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기업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와 연구·근무 환경, 문화적 폐쇄성의 지양 등이 요구됩니다.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AI를 지렛대 삼아 사회적 병폐들을 없애는 시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 공공부문의 AI 전략도 중요한 분야로 꼽힙니다. 대한민국은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 분야에서 앞선 나라로 평가되는 데 공공부문 AI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합니까?
“디지털 정부나 전자정부에서 세계적으로 굉장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데 공공 부문은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의 핀란드라든가 이런 데가 우리보다 더 잘해 벤치마킹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공공 분야에서 지속 가능하게 계획해서 투자하지 않고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정부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살려 공공 데이터 서비스를 AI와 접목하려는 시도라든가 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 공공 플랫폼 구축 규제 샌드박스를 정비해 국민 삶의 질 개선과 행정 효율화 두 가지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 국가 AI 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거기서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AI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새 정부들어 AI를 더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AI 수석도 있고 또 과기부 장관도 AI 쪽에 계셨던 분이고. 전체적인 틀은 잘 마련돼 있다고 봅니다. 국가 인공지능위원회의 위상이랄까 권한과 책임은 좀 더 강화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그리고 해법은 없겠습니까?
“일자리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 등에선 8만9000명이 실직했다고 합니다.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예를 들면 단순 반복되는 직무는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 또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던 게 여태까지 기술 발전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문제는 AI로 인한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재교육이나 AI와 협업 모델의 정립 등을 통해 돌파해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