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미만 남성은 못 받는 일본 ‘산재 유족연금’···위헌 소송 잇따라

조문희 기자 2025. 8. 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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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산업재해로 배우자를 잃은 남성이 19일 시가현 오쓰지방법원에서 유족보상연금 지급 요건상 차별에 문제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NHK 갈무리

일본에서 산업재해로 배우자를 잃은 경우 지급되는 유족보상연금을 두고 지급 요건에 남녀 차별이 있다며 위헌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시가현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A씨는 지난 19일 현행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이 평등을 규정한 헌법 14조에 반한다고 주장하면서 오쓰지방법원에 유족연금 미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A씨의 아내는 시가현의 한 클리닉에서 의료사무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23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지 노동청은 상사의 괴롭힘에 따른 정신질환이 원인이었다고 보고 A씨 아내 사망을 산재로 인정했다. 하지만 산재에 따른 유족연금은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아내가 살아있던 때보다 형편이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미취학 아동 2명을 홀로 육아 중인 데다 가사 분담도 불가능해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 아내의 맞벌이 소득도 사라진 마당에 본인 근무시간까지 줄어들면서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

현행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상 남편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 아내에게는 연령에 관계없이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반면 아내를 잃은 남편은 55세 이상이거나 특정 장애를 안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 이같은 차이는 1965년 유족보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바뀐 적이 없다.

지난달 이와테현 센다이지방법원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59세 남성 B씨로, 요양보호사였던 아내가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산재로 인정되자 연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내 사망 당시 B씨가 54세여서 연령 요건에 미달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엔 도쿄지방법원에도 이같은 소송이 제기됐다.

2011년에도 중학교 교원이던 아내를 잃은 남성이 위헌 소송을 제기한 적 있으나 그때는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당시 쟁점은 남성의 유족연금 수급을 연령에 따라 제한한 지방공무원재해보상법의 위헌 여부로,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을 둘러싼 최근 논란과 다르지 않다. 이 사건을 다룬 고등법원과 최고재판소(대법원)는 남녀 간 임금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남편을 잃은 아내 쪽이 혼자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로 차별에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전문가회의체는 지난달 산재 유족연금과 관련해 성별 지급요건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중간보고서를 내놨다. 여성 취업률 상승, 맞벌이 가정 증가 등이 근거로 언급됐다. 배우자를 잃은 남편의 피해를 경시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내년 법 개정을 목표로 남편의 연령 요건을 폐지하는 방향의 논의를 진행 중으로 전해졌다.

A씨는 소송 제기 후 기자회견에서 “현행 제도는 낡은 가치관을 근거로 설계돼 있어 현대 가족 구성에 맞지 않다. 내 호소가 제도 개정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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