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효자’ K2 전차 ‘위용’ 과시···“제자리서 90도 돌고, 5㎞ 밖에서도 명중”
궤도이탈방지·90도 제자리 좌·우 회전 등 야전 핵심 기능 탑재
전차 기울기 조절하는 ‘ISU’ 장치 우수성 증명
“폴란드 외 유럽, 중동, 남미 국가 수출 협의”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방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현대로템이 제작한 K2 전차 2대가 등장했다. 캡틴과 드라이버(운전사) 등 2명이 탑승한 K2 전차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주행시험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각각 무게 55t에 달하는 전차들은 늠른함 자태를 뽐내며 시속 60~70㎞ 속도로 주행했다. K2 전차는 1500마력 고출력 엔진을 탑재해 포장도로에서는 시속 70㎞, 야지에서는 시속 50㎞의 속도를 낼 수 있으다. 실시간 궤도 장력 제어장치를 통해 궤도 이탈을 방지하는 등 뛰어난 기동력도 확보했다.
주행을 마친 전차들은 정차한 뒤 포탄이 발사되는 긴 관인 ‘포신’을 표적을 향해 고정했다. 이어 차체를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화포의 각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이른바 ‘유기압식 현수장치(ISU)’를 채택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 승무원의 피로감을 덜 뿐만 아니라 기동사격 정확도를 높이고 다양한 지형에서 효과적으로 적을 요격할 수 있다. K2 전차들은 제자리에서 90도로 좌·우 회전이 가능한 ‘피봇 기능’(제자리 선회)도 선보였다.
현대로템은 이날 창원 방산공장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최근 폴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한 K2 전차의 우수성, 향후 사업 방향 등을 공개했다. 현대로템은 이달 1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65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방산 수출 기준 최대 액수다. K2 전차 180대(K2GF 116대와 K2 폴란드형 전차 ‘K2PL’ 64대), K2 계열 지원 차량(구난·개척·교량 전차) 81대, 기타 탄약·수리부속 예비품 등이 계약 대상이다.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2 180대를 우선 공급하는 4조5000억 원 규모의 1차 이행 계약에 이은 후속 계약이기도 하다.
같은 시각 태극기와 폴란드 국기가 나란히 걸린 방산 1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공정별로 나뉘어 구슬땀을 흘리며 K2 전차를 제작하고 있었다. 지난 1978년 설립된 현대로템 창원 방산 공장은 한국형 전차 생산의 산실이었다. 미군 전차 개조부터 시작해 1985년 K1 전차, 2008년 K2 전차를 개발했고, 2022년에는 첫 수출 실적을 만들어냈다.

현대로템의 생산능력은 연간 전차 100여 대에 이른다.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를 제작하는 해외 경쟁사와 비교하면 생산력이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한 핵심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점도 높은 생산력의 비결로 꼽힌다. 창원 공장은 현재 731개 협력사와 연계해 K2 전차의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긴밀한 협력 체계 덕분에 부품 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고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협력사 매출도 2~3배로 뛰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핵심 협력사의 하나인 금아하이드파워의 김장주 대표는 “2차 수출에 대비해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고용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폴란드군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도 포함됐다. 현대로템은 연 30~40명의 인력을 파견해 ‘K 정비’ 기술을 이전할 방침이다. 부대별 근접지원(ISS) 조직을 통해 폴란드 16기계화사단 및 9·15·20여단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운용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납기 준수도 ‘K-방산’의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군 대상 내수 시장 중심이었던 시절부터 국내 협력업체 기반 공급망 및 생산 노하우가 탄탄하게 구축돼 왔다”고 설명했다.
K2 전차의 성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우석 현대로템 폴란드PM1팀장은 “지난해 3월 폴란드에서 실시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 훈련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 프랑스의 르클레어, 미국의 에이브럼스 등 다른 전차들은 언덕에서 미끄러질 때 K2 전차는 전혀 문제없이 기동했다”고 설명했다. 제원보다 더 우수한 성능이 해외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제원 기준 K2 전차의 유효 사거리는 3㎞인데 나토 훈련에서 5㎞ 떨어진 표적도 정확하게 요격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K2 전차의 유럽 생산 허브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함께 ▲유무인 복합전차 ▲장갑차 ▲무인차량 등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외에도 중동과 남미 국가들과의 수출 협의도 병행하고 있다.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 부문 부사장은 “K방산에 대한 견제가 높아지고 있지만,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화 수준을 높이며 루마니아나 중동으로의 수출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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