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보 둘러싼 고소 분쟁… "철거 시 엄연한 재물손괴죄"

최진규 2025. 8. 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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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연합뉴스TV 자료사진(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내 부착된 게시물을 무단으로 철거한 30대 여성이 재물손괴 혐의로 20일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아파트 내에서 전단지를 붙이고 떼는 행위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해 주민 간 법적 공방을 야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6월 27일 승강기에 부착된 A4용지 1장 크기의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했다.

이 게시물을 부착한 거주민 B씨는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게시물에 아이의 손이 베일까 걱정돼 제거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일부 언론 등에 보도됐다.

하지만 관리사무소나 B씨 등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은 거울이나 버튼 등 승강기 이용에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에 부착됐다는 설명이다.

B씨는 "상식적으로 아이가 다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A씨는) 게시물을 철거할 당시 아이와 함께 있지도 않았고, 혼자서 탑승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제출된 해당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도 A씨가 혼자 승강기에 탑승해 게시물을 제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해당 게시물은 동대표 해임 건을 둘러싼 소송전에 소요된 500여만 원의 변호사 비용을 아파트 공동관리비로 충당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B씨는 아파트 공공의 자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쓰이는 것을 막고자 부착한 게시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관리사무소의 인가를 받았는지를 두고도 모호한 지점이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직인이 찍히지 않아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인 것은 맞지만, 암묵적으로 용인된 사항이어서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이 아파트 내 벽보를 둘러싼 고소 분쟁까지 벌어지지만, 상위법인 주택관리법 등에도 벽보를 떼고 붙이는 행위에 대한 법적 명시가 없어 이를 둘러싼 시비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용인의 한 아파트 내 승강기 거울에 부착된 게시물을 제거했다가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송치된 10대 여중생 사건으로 전단지·벽보 등 관리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파트 등 공동의 거주공간에 벽보 등을 붙이고 떼는 행위의 합법적 기준은 명시되지 않은 채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공동생활공간에 부착된 벽보 등은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물손괴죄를 적용한 사사로운 시비로 경찰과 검찰 등의 행정력이 낭비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강대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자력구제에 엄격한 우리나라 법에서 (A씨의 경우)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며 "현행법상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 관리직원이 철거한 경우여야 형법 20조 상 '업무로 위한 행위'로 인정받아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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