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이후 빈 집' 월세 계약땐 소액이라도 최우선 변제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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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둘러보던 청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못 해줘서 임차권 등기명령을 했고 그러고도 장기간 공실로 있는 집을 월세로라도 내놓으려는 경우라면 보증금 반환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 상태로 추정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직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최우선 변제금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판단을 흐리며 임차권 경료 주택에 대한 월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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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플랫폼서 계약 유도 빈번
편법·불법은 법의 보호 못받아
말소 조건으로 계약해야 안전

"이 집은 조금 비싸네요. ○○마켓에는 좀 더 싼 집이 있던데 부동산에는 그런 물건이 없나요?"
집을 둘러보던 청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월세 물건이 귀한 시기인데 직거래 플랫폼에는 싸게 내놓은 집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평형인데 이 집보다 20만원이나 싸요. 내부도 깨끗하고요. 그런데 부동산 안 끼고 하는 게 좀 찜찜해서 혹시나 해서 와본 거예요."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월세, 그러나 중개사무소에는 의뢰되지 않은 매물. 뭔가 이상했다. 확인해보니 그 집은 얼마 전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한 뒤 퇴거해 현재는 공실인 상태였다.
물론 그 집이 중개사무소에 의뢰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임대인은 어차피 비었으니 시세보다 싸게라도 월세를 놔달라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주변의 중개사무소들 역시 기존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소송을 하는 마당에 임대인이 그사이라도 수익을 보겠다고 월세를 놓아달라는 건 여러모로 내키지 않아 응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자 결국 직거래 사이트에 매물을 올린 모양이다.
"어차피 월세니까 임대인이 어떻게든 해주겠죠. 또 보증금이 적으면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다던데요?"
임대인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는 추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또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못 해줘서 임차권 등기명령을 했고 그러고도 장기간 공실로 있는 집을 월세로라도 내놓으려는 경우라면 보증금 반환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 상태로 추정하는 것이 맞다. 결국 경매 절차가 진행될 수순이라는 것인데 이 경우 월세 계약을 한 임차인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종전 임차인이 임차권 등기명령 후 퇴거한 상태에서 새로 전입한 임차인이 소액 임차인 범위에 속하더라도 최우선 변제 대상자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권 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제3조의 3 제6항)고 정하고 있다. 제8조는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 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에 관한 규정이다. 그런데도 직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최우선 변제금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판단을 흐리며 임차권 경료 주택에 대한 월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소액 임차인 최우선 변제 제도는 말 그대로 일정 조건을 갖춘 소액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최우선해서 돌려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집에 이미 근저당권이 잡혀 있어도 일정 조건을 갖춘 임차인은 그 저당권자보다 먼저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위 임차권 경료 주택의 사례처럼 편법적 계약이거나 사해행위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과다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우려가 있음을 예상하고도 보증금 2000만원으로 임차하면서 '경매 등으로 인해 전액을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넣은 사건이 있었다. 그 후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지고 경매 절차가 진행돼 임차인은 채권 신고 및 배당 요구를 하였으나 배당에서 제외돼 배당 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소액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임차권 등기명령이나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진 주택에는 말소 외의 조건으로 계약하면 안 된다. 입주할 경우 '소액 보증금은 받을 수 있으니까 크게 손해는 없겠네'라는 마음으로 계약하면 사해행위로 판단되어 최우선 변제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임차권등기가 버젓이 살아 있는 주택에 월세가 낮다는 것만으로 입주하겠다는 것은 기름을 껴안고 불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과 근저당권 및 선순위 권리 유무 확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대항력 확보 등 소중한 보증금을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을 선행하여야 한다. 모든 부동산 계약은 편법·불법 아래에서는 보호받지 못한다.
[양정아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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