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신작 ‘얼굴’ 9월 개봉…그래픽노블 원작 스크린으로
사회가 지운 존재의 질문, 연상호 세계관 ‘연니버스’의 뿌리 담아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충무로의 믿음직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특히 박정민이 1인 2역에 도전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출발점은 스크린이 아니라 종이 위의 그림과 글이었다. 바로 연상호 감독이 2018년 발표한 동명의 그래픽노블 '얼굴'이다. 감독은 "이야기를 가장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매체가 만화였다"며 이 작품을 자신의 '창작자에게 주는 선물'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래픽노블 '얼굴'은 연상호 세계관, 이른바 '연니버스'의 원형에 해당한다. 그의 대표작인 '부산행', '사이비', '돼지의 왕' 이전부터 구상되었으며, 인간 내면의 고통, 사회적 폭력, 도덕적 모호성 등 연상호 작품의 핵심 문제의식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낸 텍스트다.
이 작품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평생 따돌림을 당하고, 기록에서조차 지워진 여성 정영희의 삶과 죽음을 추적한다. 전각(도장)의 촉각적 세계,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얼굴, 산업화의 그늘에서 묻힌 삶이 얽히며, '얼굴'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사회가 지워온 존재 전체를 상징하게 된다.
따라서 원작을 먼저 읽는 일은 단순한 예습이 아니다. 영화 속 질문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장르적 재미와 확장으로 이어졌는지를 읽어내는 '사전 지도'이자,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사후 해설서'이기도 하다.
시각장애라는 한계를 넘어 전각 장인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과 그의 아들. 겉으로는 성공 신화처럼 보이는 그들의 삶은, 신시가지 개발 현장에서 한 여성의 유골이 발견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각 장인의 아들 임동환과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은 30년 전 세상을 떠난 정영희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러나 그녀는 기록 속에서도, 기억 속에서도 '괴물'로만 남아 있었다.
이 여정 끝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단지 한 개인의 사연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얼굴을 기억하고 어떤 얼굴을 지워왔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연이어 발표하던 시기, "나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그 불안을 뚫고 떠올린 것이 바로 '얼굴』'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내가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든 이야기이자 나 자신에게 주는 최초의 선물"이라고 정의한다.
"이토록 강렬하고 충격적인 엔딩은 없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날 선 이야기와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직접 그 '얼굴'을 목격하라." ― 심은경(배우)
"엔딩 이후 며칠을 따라다니는 독한 뒷맛. 창작자로서 연상호의 집요함이 고맙다." ― 최규석(만화가)
영화 '얼굴'은 스크린에서 관객을 기다리지만, 그 뿌리는 그래픽노블 '얼굴'속에 있다. 영화는 결말을 보여줄 것이지만, 원작은 질문의 출발점과 감독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9월 11일,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에 책장을 먼저 넘겨보라. 진실은 스크린보다도 먼저, 그리고 더 오래 책 속 얼굴들에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