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대신 딸 아침 사줘라”... 마음 따뜻했던 美 판사 별세

박선민 기자 2025. 8. 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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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카프리오 판사가 주차위반으로 기소된 여성의 딸을 판사석으로 불러 벌금을 얼마 내도록 할지 질문하고 있다. /유튜브 'Caught In Providence'

따뜻하고 섬세한 판결로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던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지방법원 프랭크 카프리오(88) 판사가 별세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프리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별세 소식이 올라왔다. 카프리오는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리오는 지난주 직접 영상에 출연해 “건강에 차질이 생겨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며 “기도 속에 나를 기억해 달라”고 한 바 있다.

카프리오는 친절과 연민을 담아 판결을 내리는 판사로 유명했다. AP는 “카프리오는 재임 기간 다른 많은 판사들과는 달리 덜 대립적이고 덜 가혹하며 더 공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판사로 재직할 당시 그는 직접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며 법정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영상은 모두 합해 10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카프리오는 40년 가까이 법정에 서다 2023년 은퇴했다.

대표적인 일화는 2017년 1월 주차 위반으로 기소된 여성 재판이다. 당시 피고 여성은 여섯 살 딸과 함께 재판에 출석했는데, 카프리오는 딸을 판사석으로 불러내 취미와 장래 희망 등을 물어가며 긴장을 풀어준 뒤 엄마에게 벌금으로 얼마를 부과할지를 물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판사야. 공정하고 정직해야 해. 너희 엄마는 주차 위반으로 적발됐어. 벌금으로 얼마를 내라고 해야 할까? 다음 넷 중 하나를 골라줘. 300달러, 100달러, 50달러, 0달러.”

이런 물음에 딸은 50달러를 선택했다. 그러자 카프리오는 돌연 “재판이 오전 8시부터 시작됐는데 오늘 아침은 먹었니?”라고 물었다. 딸이 “못 먹었다”고 답하자, 카프리오는 “엄마한테 벌금 50달러를 내는 대신 너한테 아침을 사주도록 하면 어떨까?”라며 “네가 좋다고 하면 벌금은 사라지고, 싫다고 하면 50달러를 내야 해”라고 했다. 이에 딸이 “아침이 좋다”고 답하면서 재판은 훈훈한 분위기 속 종결됐다.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 /AP 연합뉴스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서는 박수 갈채가 터졌고, 딸 역시 웃으며 자리를 떴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가 1000만회가 넘는다.

카프리오는 이런 식으로 작은 범죄를 저지른 서민들에 대한 재판을 유쾌하게 진행했다. 대부분 판결은 피고인들의 딱한 처지에 공감하는 쪽이었다. 아들이 살해된 여성의 말을 공감하며 들어준 뒤 벌금 400달러(약 56만원)를 면제해주거나, 시급 3.84달러를 받는 바텐더의 신호 위반을 봐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16년 월남전 참전 용사의 주차 위반을 눈감아준 판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베트남에서 얻은 심장 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70대 남성 마이클 마시의 변론을 곰곰이 듣더니 “나라를 위한 당신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라며 “범칙금 부과를 취소합니다”라고 했다.

사법 체계의 접근 방식이 사회 취약계층에 불평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충성 맹세’에 나오는) ‘모두에게 자유와 정의를’이라는 구호는 누구나 정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저소득층 미국인의 거의 90%가 의료, 부당한 퇴거, 재향군인 수당, 교통법규 위반 등과 같은 문제와 홀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유족은 카프리오에 대해 “헌신적인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그리고 친구”라고 묘사했다. 이어 “연민, 겸손, 그리고 인간의 선함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으로 사랑받았던 카프리오는 법정 안팎에서 수많은 이들의 삶에 감동을 남겼다”며 “그의 따뜻함, 유머, 친절은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했다.

댄 맥키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도 애도를 표했다. 그는 “카프리오 판사는 단순히 대중을 잘 섬겼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의미 있는 방식으로 교감했다”며 “사람들은 그의 따뜻함과 연민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법관을 넘어, 인간애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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