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아름다운 선율, 악보 같은 조각이 되다
자연소리 수집해 만든 음악
평면·조각 등으로 시각화해
바이올리니스트 즉흥연주도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서투른 작곡가(Amateur Composer)’가 오는 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에서 출발해 시각과 촉각, 움직임의 공감각을 유도하는 조각들과 자수 회화, 패치워크 등 20여 점의 신작이 공개된다. 자신이 서투른 작곡가처럼 느껴졌다는 홍 작가는 “어려서부터 늘 음악과 인연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시각과 청각의 교집합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홍 작가는 음악의 시각화 작업을 위해 지난 7년 간 일상에서 다양한 소리를 수집했다. 무작정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 소리를 녹음한 적도 있고, DMZ로 리서치 여행을 떠나 두루미를 관찰하며 녹음기를 켜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말하고, 결정하는 것들은 사실 사회적 관습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만약 우리가 청각의 세계에 들어가 산다고 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질문을 하면서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우연히도 수집한 소리의 80~90%가 자연의 소리였다. 그렇게 동물들처럼 인간 중심 사회에서 완전히 배재된 것들을 가져와서 악보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디지털 악보(그래픽)를 퀼트 작업으로 캔버스에 옮긴 것이 ‘Symbiotic Composition’ 시리즈다. 조각 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음악이 주는 섬세한 느낌을 다양한 시각·청각·촉각적 요소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음악의 진행을 이끄는 하나의 선 위에 음표 대신 작은 두루미 조각, 털뭉치로 감싼 방울, 소리의 높낮이와 주파수를 직선과 곡선으로 나타낸 철사 등이 엮여 있는 형태다. 이런 작품 속 오브제들은 움직일 수 있고 어떤 것은 소리가 나기도 한다.
홍 작가는 “음악가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이 ‘조각 악보’를 보고 창의적인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다. 조각 악보는 전반적인 곡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가는 이 곡이 어떤 소리로 이뤄져 있는지, 또 어디서 기원한 소리인지 떠올리면서 연주를 하게 된다”며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자연의 소리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시 개막일인 지난 20일에는 신예 음악가인 조수민 바이올리니스트가 전시작들과 교감하며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홍 작가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 바스 스파대 미대에서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로 선정됐고 2011년 김세중 조각상, 2003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시각 예술과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개인전 ‘홍영인: 다섯 극과 모놀로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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