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서 만난 근대의 시간, 풍경이 차린 식탁 [여밤시]

근대의 풍경을 품은 철원역사문화공원 산책 주판과 ATM, 대실료 표와 옛 광고 카피가 전하는 시간의 층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소이산 전망대의 초록 물결 철원평야와 오대쌀밥, 풍경이 차려낸 식탁에 앉다
19세기 후반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를 아우르는 근대는 어딘지 애매한 시대다. 조선시대처럼 흑백의 수묵화로 남아 있지도 않고, 오늘날처럼 초고화질 컬러 영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빛이 바래 희미해진 필름사진처럼, 낯설면서도 낯익은 색감으로 긴 시간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철원역사문화공원에 들어서자 그 애매한 ‘시간의 간격’에 발을 디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은행, 학교, 병원, 약국, 소방서, 극장…. 우리가 아는, 혹은 알지 못하는 ‘적당한 옛날’의 풍경이 그곳에 박제돼 있었다.

관동여관으로 들어선다.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숙박시설이다. 벽에는 숙박요금표가 붙어 있는데, 놀랍게도 숙박료 옆에 ‘대실료’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 시절에도 ‘대실’이란 게 있었나 보다.


강원도립철원의원은 지금 눈으로 보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의사 10명과 60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급의 시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보다 흥미로웠던 곳은 병원 옆 약국이었다. 벽에 잔뜩 붙여놓은 당시의 광고 카피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8명이 탈 수 있는 아담한 모노레일이다. 출발하자마자 비탈길을 오른다. 코스 중간 중간 제법 가파른 경사가 있는데, 올라갈 때는 뒤로 눕다시피 해야 하고 내려올 때는 몸이 앞으로 쏠려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 한줄에 2명씩 앉으니 전석이 창가 뷰다.
소이산 모노레일은 인기가 많아 긴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철원역에 들어가자마자 번호표부터 뽑아두는 게 좋다. 주말에는 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게 보통. 일단 표를 끊어놓고 천천히 공원을 돌아본 뒤 공원 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면 대략 2시간이 간다. 이게 번거로우면 인터넷 예약하는 방법도 있다. 모노레일 종착지에서 소이산 전망대까지는 도보로 10분 남짓. 전망대 아래에는 ‘소이산 방공호 전시관’이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철원평야가 파도처럼 눈 속으로 밀려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빛이 논과 논으로 번지고, 8월 말의 햇살이 그 위에 떨어져 부서져나간다. 철원은 쌀의 고장. 점심에 먹은 오대쌀밥이 떠올랐다. 땅의 숨결이 낟알로 익어지고, 그것이 한 그릇 밥이 되어 내게로 왔던 것.
소이산 전망대에서 마주한 철원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풍경으로 차려낸 식탁이었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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