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더하기] 눈에 보이는 복원 너머, 진짜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

얼마 전,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과 파미르고원을 답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마르코 폴로의 여정과 실크로드의 흔적을 좇는 이 여정은, 한국인에게는 특히 남다른 의미가 있다. 혜초 스님이 8세기 무렵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불교문명을 기록한 '왕오천축국전'의 귀국 경로가 바로 이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이었던 도시들을 연결하는 축선상에 길목을 지키기 위한 작은 성, 요새들이 존재했다. 주로 돌과 진흙으로 만든 성벽이 인상적인데,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사진으로 보았던 원형과는 너무도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흙과 돌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이던 성벽은 돌과 시멘트로 완강한 모습이고, 진입로는 튼튼한 철제 교량이 세워져 마치 새로운 군사 시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공사 현장은 '문화유산 복원'이라고 읽혔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과거의 흔적이라기보다 현재의 필요에 맞게 재해석된 신축물에 가까웠다. 현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 관광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 광경 앞에서 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문화유산 복원이 현실적인 제약과 개발 논리에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적 진실이 지워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동시에, 이질감의 뿌리가 단지 타지키스탄의 개발상황이나 국제정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자각도 들었다. 우리의 현실 또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에 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성곽은 특정 시기에 한 번 축조된 것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수차례 보수되고 기능이 변화해 온 '살아있는 구조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복원 현장에서는 이들 성곽을 '삼국시대 성'으로 규정하고, 단단한 화강암을 정교하게 다듬어 쌓아 올리는 식의 일괄적인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삼국시대에도 이렇게 견고하고 반듯한 돌성벽이 보편적이라 믿게 되고, 문화유산은 당시 사회의 기술력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미지로 각인된다. 이른바 '역사의 이미지화'는 문화재 복원에서 피할 수 없는 측면이지만, 그 이미지가 고증과 연구 없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당대의 기술과 양식을 무시한 채 현대의 미감이나 편의성만을 고려해 형성된다면, 오히려 왜곡의 위험을 안게 된다.
물론,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풍화와 훼손이 진행되는 유적을 보존하려면 일정 부분 '손을 대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손길의 방향과 목적이다. 고고학과 건축사, 환경사 등 다학제적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유산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지어지고, 어떤 기능을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해 왔는지를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복원이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복원은 단지 '겉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를 읽고 되새기는 일'이어야 한다.
문화유산 복원이 단지 시각적인 재현이나 관광 편의의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결국 눈에 보이는 '과거의 모형'만을 소비하게 될 뿐이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잇는 매개체이다. 과거의 건축기술, 생활양식,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시대의 이념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 존재다. 그렇기에 복원은 그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깊은 성찰과 연구, 그리고 절제된 손길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어느 고성 위에 서서 먼 실크로드를 바라보며 문득, 우리가 역사 속 성곽을 대하는 자세 역시 '관광 명소'나 '국가적 자긍심의 상징'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유산의 '재창조'가 과연 과거를 기리는 일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덧씌우는 일인지,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문화유산은 우리가 자랑해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우리가 겸허히 배워야 할 시간의 증인이다. 그 증인을 온전히 마주하기 위해서는, 외형이 아니라 맥락을 복원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문화적 성숙에서 출발한다.
강명호 경기도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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