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 국방비서관 “尹 격노, 내가 국방부 4인에게 전파” 자백

이세영 기자 2025. 8. 2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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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 회의 뒤 이종섭·신범철·박진희·김계환과 통화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해병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초동 조사 결과와 관련해 격노(激怒)를 했다는 사실(이른바 ‘VIP 격노’)을 국방부와 군에 최초 전파한 인물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을 특정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직후 임 전 비서관이 국방부 고위직 4인에게 연락해 전후 사정 등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해병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주재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기훈 전 비서관으로부터 ‘채 상병 부대장이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으며,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를 거쳐 혐의자를 축소하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비서관은 최근 해병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그 자리에서 즉각 대통령실 내선 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2~3분 정도 통화하면서 그를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후 저는 회의실을 나와 이종섭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4명에게 전화를 걸어 격노 경위 등을 추가로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해병 특검은 이 같은 임 전 비서관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당일 통화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 내선 전화번호(02-800-7070)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2분 48초간 통화한 기록도 이미 공개된 바 있다.

해병 특검은 임기훈 전 비서관이 그날 이종섭 전 장관 등 국방부·군 고위직 4인에게 당시 회의 상황과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향후 지침 등을 전파하면서부터 ‘임성근 전 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빼라’는 목적의 외압이 실무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전 장관 등은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당초 ‘분리파견’ 형식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려 했던 임 전 사단장을 ‘휴가’ 처리했고, 국방부 자체 회의를 열어 초동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와 사건 재검토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병 특검은 이 전 장관, 신 전 차관, 박 전 보좌관, 김 전 사령관 등 4명이 사건 초기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조사 기록의 이첩 보류·회수·재검토 등 일련의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전 차관은 본지에 “당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VIP 격노 사실을 전달받은 적 없고, (기록 이첩 보류 등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임 전 비서관과는 이튿날(8월 1일) 안보실 회의 의제였던 국내 유해 발굴 사안으로 협조를 받기 위해 통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뉴시스

한편, 김계환 전 사령관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렸던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임기훈 전 비서관, 박진희 전 보좌관,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행정관 등 세 명 가운데 한 명에게서 ‘VIP 격노설’을 들었던 것 같다”며 “세 명 중 한 명일텐데, 최근 두 명(박진희·김형래)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들었을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당시 김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 해병 특검은 임 전 비서관을 비공개 소환했다. 특검은 주요 피의자·참고인 조사 계획을 사전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런데 임 전 비서관 조사 계획은 미리 알리지 않았고, 엿새 후인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 때가 돼서야 비공개 소환 내역을 밝혔다. 이후 임 전 비서관은 지난 8일, 20일 추가 조사를 받았다. 한 법조인은 “해병 특검이 임 전 비서관의 수사 협조를 얻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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