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석화 구조조정, 정부 더 책임있게 나서야

2025. 8.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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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기업이 설비 감축, 통합 운영, 인수합병(M&A) 등 자발적 구조조정을 수행하면 정부가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 지원책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인데, 늦었지만 다행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 극복의 해답은 과잉 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며 기업과 대주주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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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주요 10개 석화 기업과 사업 재편 협약을 맺고, 연말까지 사별 감축 계획을 제출토록 한 것이다.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t, 국내 생산능력의 5분의 1에 달하는 설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원칙은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이다. 기업이 설비 감축, 통합 운영, 인수합병(M&A) 등 자발적 구조조정을 수행하면 정부가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 지원책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인데,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방향은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충격 최소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 극복의 해답은 과잉 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며 기업과 대주주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과잉 설비 감축은 단순히 설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략적 과제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기술·생산 설비·시장 네트워크 등 현실적 제약으로 단기간 달성은 어렵다. 재무 건전성 확보도 대주주의 출연, 유상증자, 계열사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필수지만, 상법상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정부가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기업에 구조조정을 떠넘긴 모양새인데,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로 난항이 예상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실질적 당근이 있어야 기업도 적극 움직일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자율적 사업 재편 신호를 보냈지만, 업계가 서로 눈치만 보며 시간을 끌다 더 악화한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내 석화 산업은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과 범용 제품 중심 구조로 인해 기업마다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천NCC 등 핵심 기업은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무엇보다 과거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설비를 늘리면서 고부가·친환경 제품 전환을 게을리한 탓이 크다. 이대로라면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석화 구조조정은 특정 기업의 이해득실을 넘어선 문제다. 여수·대산·울산 등 거대 산단은 지역 경제와 고용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NCC 한두개가 멈추면 협력업체와 소상공인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산업 재편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3년 내 국내 석화 기업 절반이 도산할 수 있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고도 있다.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이해 갈등을 조정하고, 금융·세제·규제 완화를 포함한 실질적 지원책을 제공하는 책임 있는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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