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중2병' 시선 벗어나 '아티스트' 되기까지

2025. 8. 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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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혁, 독보적 감성 담은 음악 세계로 정규 2집 '에로스' 호평
과거 독특한 음악색에 '중2병' 시선 받기도... 솔로 작업물 재평가에 아티스트 도약
혼성 남매 그룹 악뮤(AKMU) 이찬혁은 최근 솔로 정규 2집 '에로스'를 발매하고 컴백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왔다네 정말로 / 아무도 안 믿었던 / 사랑의 종말론"

최근 SNS를 뜨겁게 달궜던 신곡 '멸종위기사랑'이다. 혼성 남매그룹 악뮤(AKMU)의 이찬혁이 두 번째로 발매한 솔로 정규 앨범 '에로스(EROS)'의 수록곡인 '멸종위기사랑'은 흥겨운 가스펠 사운드와 매력적인 여성 코러스, 사랑의 종말이라는 소재를 독특한 화법으로 풀어낸 가사 등 유니크한 요소들로 리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주목을 받았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선보인 해당 곡의 무대는 화제 속 벌써 유튜브 조회수 187만 회를 돌파했다.

이 곡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목받으면서 함께 조명된 것은 '아티스트 이찬혁'의 음악성이었다. 사람들은 '멸종위기사랑' 무대에서 보여준 이찬혁의 유니크한 음악색과 자유로운 무대 매너에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이같은 반응은 엠넷 '라이브와이어'에서 공개한 신곡 '비비드라라러브'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해당 무대에서 이찬혁은 성별, 연령을 불문한 다양한 댄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자유분방하면서도 곡의 메시지를 살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 컴백을 통해 그가 선보인 무대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이찬혁은 라이브와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 같은 무대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전했다. 현재 K팝 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적 도전, 무대 구성이었지만 이는 이질감 대신 '이찬혁이라서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무대라는 인상을 남겼다. 무대를 본 사람들 역시 "이찬혁이 하나의 장르 그 자체가 됐다"라는 극찬을 전하며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높게 평가했다.

이찬혁을 향한 대중의 호평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그를 둘러싼 반응을 180도 뒤집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그가 솔로 1집 '에러'를 발매했을 당시만 해도 그의 독특한 음악 세계와 못지 않게 파격적이었던 프로모션 행보를 두고 웃음 섞인 반응이 산재했었다. 일각에서는 "찬혁아,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물론 진짜 그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워낙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던 그를 향한 일종의 '밈' 같은 성격을 지닌 반응이었으나, 그의 행보를 독특하고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에서 비롯된 일종의 '중2병'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찬혁의 '에러' 앨범의 음악성은 평단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 앨범에는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회자되며 리스너들의 사랑의 받고 있는 곡들도 다수 수록됐다. 일련의 성장통을 거쳤던 2년 전 솔로 활동이 그의 음악 세계에 있어 '각성'의 단계였다면, 이번 앨범은 각성을 마친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색을 전개하고 대중을 설득시키기 시작한 분기점으로 평가 된다.

여전히 이찬혁의 화법은 대중에게 친절하진 않다. 이찬혁 역시 '에로스' 앨범에 대해 설명하며 "저는 불친절한 걸 너무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쉽게 전달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더 깊게 계속 보면서 깨달아야 하는 말들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미 노래로 다 얘기해 놨으니 그 답을 어렵게 찾아낸 사람들은 이 노래를 더 좋아할 거다. 그걸 바라는 것"이라는 뚝심을 밝혔다. 그럼에도 더 이상 대중은 그에게 '중2병'이라는 웃음 섞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는 '진짜 예술' '천재 아티스트' '이 시대에 찾아보기 어려운 아티스트'라는 평가가 꿰찼다.

이는 결국 뚝심을 포기하지 않은 '좋은 음악'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회에 여러가지(화두)를 던지고 싶다던 이찬혁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유니크한 음악색과 사유를 녹여낸 깊이 있는 가사들로 뚝심을 지켜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아티스트 이찬혁'의 진화를 알렸다.

현재 '멸종위기사랑'은 음원 차트에서 순위 역주행을 기록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곡은 멜론 실시간 차트 36위, 벅스 5위(20일 기준)까지 순위를 높이며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기류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수치적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 최근 이찬혁의 행보가 일궈낸 가장 큰 성과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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