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선율 뒤 격정적 펼침화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 오롯이[이 남자의 클래식]

2025. 8. 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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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리스트 ‘사랑의 꿈’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작곡가
화려한 기교와 용모로 시대 풍미
공연 중 공작부인과 사랑에 빠져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 곡에 담아

한 음원 사이트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때는 운전 중이거나 이동할 때로 나타났고 음악을 듣는 이유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이용이 가장 많은 시간 때는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필자 역시 분주한 낮보단 여유로운 저녁시간에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좋다.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한 순간, 혼란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 잠시 눈을 감고 귀 기울이기 좋은 음악이 있다. 바로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e S. 541 No. 3)이다.

1811년 헝가리 왕국 도보르얀(현재의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 라이딩 지역)에서 태어난 리스트에겐 ‘피아노의 신’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그는 당대에 ‘피아노의 파가니니’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기교적인 피아니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었다. 185㎝ 훤칠한 키에다 금발의 미남, 수려한 용모와 작곡 실력은 물론 연주 실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리스트에게는 구름 떼 같은 열성 팬들이 늘 따라붙었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이들을 일컬어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고 명명해 줄 정도였다. 당시 리스트가 무대에 오르는 날이면 공연장은 수천 명의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그가 무대에 들어서자마자 공연장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관객들을 달래기 위해 리스트가 자신이 걸치고 있던 벨벳 장갑과 스카프를 벗어 객석에 던져 주었고, 팬들은 조각조각 찢겨 나간 장갑과 스카프를 나누어 갖고 나서야 비로소 연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곡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귀부인들은 공연에 대한 찬사로 무대 위로 꽃을 던지는 대신 자신이 치장하고 있던 보석을 아낌없이 선물했고 공연을 마친 리스트가 6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마차로 공연장을 빠져나가면 팬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를 배웅하는 마차의 행렬은 늘 수백 대에 달했고 배를 타고 이동할 때면 팬들은 아예 증기선을 대절해 배웅을 나갈 정도였다.

1847년, 러시아 키예프에서 자선 공연을 하던 중 리스트는 그곳에서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 역시 리스트의 음악과 지성에 깊이 매료된 리스토마니아였다. 카롤리네는 문학과 예술에 관한 소양이 깊었으며 사려 깊고 기품 있는 여인이었다. 리스트에게 생명력에 한계가 있는 피아노 연주자 대신 전업 작곡가의 길을 걷도록 조언해 준 것도 바로 카롤리네였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를 넘어, 리스트의 예술적 삶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고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갔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카롤리네는 폴란드 귀족 가문 출신으로, 러시아의 부유한 공작과 정략결혼을 했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해 별거 중이던 유부녀였던 것이다. 당시 작곡된 작품이 바로 ‘사랑의 꿈’이다. 리스트는 페르디난트 프라일리그라트의 시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를 읽고 감명을 받아 가곡으로 작곡했는데 후에 이를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사랑의 꿈’이다.

14년간의 노력 끝에 둘은 1861년, 리스트가 50세가 되던 해 로마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지만 결혼식 전날, 카롤리네의 전남편과 교황청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고야 말았다. 이 일로 리스트는 성직자가 되었고 카롤리네는 죽는 날까지 리스트의 정신적 동반자가 되길 마다하지 않았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리스트의 ‘사랑의 꿈’은 세 곡으로 이루어진 피아노곡집으로 1840년대 후반 먼저 세 개의 가곡으로 작곡되었으며 이후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 1850년 세 개의 녹턴(3 Notturnos)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곡은 1번 ‘고귀한 사랑’, 2번 ‘가장 행복한 죽음’, 3번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세 곡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연주되는 곡이 바로 세 번째 곡이다. 작품은 마치 사랑의 시작을 알리듯 잔잔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한다. 그러다 조성이 바뀌며 감정은 서서히 고조되고 화려한 펼침화음과 함께 피아노는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이내 다시 첫 주제의 선율이 흐르지만 마치 지나가버린 사랑을 회상하듯 애잔한 여운을 남기며 곡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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