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바이올리니스트···광주와 서울 오가는 '부캐 부자'
과학교 교사·EBS인강 강사 등과
동시에 바이올리니스트 활동도
예술 통해 삶의 의미 찾아야 해
'예향 광주' 의미 흐려져…아쉬움
"예술하는 시민들을 더 키워내야"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은 각자의 하루를 만들어낸다. 단지 그 시간들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시간의 값'이 달라질 뿐이다.
광주과학고등학교 영어교사 박새별씨는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란' 사람이다. 영어교사라는 '본캐' 외에도, EBS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 강사, 교육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굵직한 '부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비로 서울 왕래하며 공교육에 헌신
현재 그는 고등학교 교실을 넘어 EBS,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방송통신고 등 다양한 공교육 채널을 통해 영어를 가르친다. 인터넷 강의는 오프라인 교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 현장이다. 빠른 습득을 원하는 수강자들을 위해 더 명확하고 체계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사교육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깊이 있는 개념 설명을 공교육 안에서도 제공하려 노력하며, 강의 구성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동시에 학습자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는 언어는 철저히 배제한다. 그는 '공부 자극'보다는 '공공의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강의 준비와 녹화를 위해 광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여정, 교통비와 숙박비, 강의에 필요한 의상과 교재 제작까지 모두 사비로 충당하면서도, 그는 이 일이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말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일이기에 금전적 이익보다 더 큰 책임감을 안고 임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삶
박씨의 또 다른 삶의 축은 예술이다. 그는 ACC시민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실내악단 '무등실내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다. 박씨는 다섯 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뒤 30년 넘게 활을 놓지 않았다. 취미였던 음악은 이제 그의 삶 속 깊이 뿌리내린 또 하나의 언어다.

그의 교실에서도 예술은 중요한 축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악부 학생들과 함께 교문에서 '등굣길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던 당시에는 수능을 마친 학생들과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고 연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박씨의 교실에서 음악은 '감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학생과 교사가 함께 '살아가는' 경험으로 남는다.


◆'시민' 되는 교육이 가장 중요
그는 교사의 삶과 예술가의 삶이 본질적으로 연결돼있다고 말한다. 학교의 모든 활동은 '전인적 인간'으로서의 시민을 키우는 일이며, 인간을 키우는 일은 필연적으로 예술의 근본적인 의미와 맞닿아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다. 대학 입시에서 밀렸다는 이유로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교육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은 그의 교실 풍경에도 드러난다. 자신의 연주회 포스터나 인터넷 강의에 나온 사진들을 교실 벽에 붙여두고, 학생들에게 '학교 밖의 삶'도 공유한다. 교사는 '삶을 먼저 살아 본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치고 있다.

◆'예술의 도시' 의미 퇴색하는 광주에 '아쉬움'
그의 삶의 배경에는 언제나 '광주'가 있다. 시민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그는 광주의 예술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정신'의 연장이자 실천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누군가 광주가 어떤 곳이냐고 물어보면,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항쟁 현장을 예술공간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도시'라고 설명한다"며 "이처럼 광주는 시민 정신이 예술로 승화되며 그 의미가 예술을 통해 재생산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씨는 음악 통역 재능기부라는 새로운 활동도 시작했다. 광주에 방문한 외국인 지휘자나 연주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열 때 음악과 영어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통역자로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역할을 통해 그는 학생들이 더 나은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그는 광주의 문화 인프라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예술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광주에 정착하지 못하고, 관객들이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 타지로 떠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박씨는 "광주는 예술의 도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전문 공연장이나 여건도 열악해서 공연을 여전히 서울, 대구, 부산으로 보러 다니는 경우도 많다. 광주의 예술가와 공연장 등에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성격의 지원과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며 "예술은 유희적, 심미적 즐길 거리를 넘어 인간의 정신과 삶을 고양하는 활동이다. 광주를 '예술의 도시'라고 했을 때 '예술하는 시민들의 도시'가 그려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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