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의입원제 개선’ 등 정신장애 국가책임제 논의 본격화 [건강한겨레]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공약 사항 중 하나
학계, 전문가 중심 ‘사법입원제도’ 제안
당사자, ‘공공 정신의료 기관 책임’ 강조
복지학회, ‘통합돌봄 체계로 편입’ 주장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정신장애 국가책임제’가 최근 정책 논의 단계에서 구체화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제도 개선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자의입원은 보호의무자 1명 이상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명 이상의 진단이 필요하며 △정신질환 증상으로 인한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 과거 ‘정신과 강제입원’이란 명칭이 더 익숙했던 시기엔 관리 부실과 오남용으로 인권 침해 논란을 빚은 경험이 있어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당시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
이러한 법 개정에 대해 의학계는 꾸준히 우려를 표해왔다. 2017년 법 개정 당시에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나치게 엄격한 비자의입원 요건과 지역사회 인프라 준비 부족 상황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친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반면, 당사자들은 인권 측면에서 비자의입원 제도에 대해서도 완전한 폐지를 요구해왔다.
10년 가까이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왔지만, 해당 제도의 정비와 관련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정신장애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제안한 이후 비자의입원 제도 정비에 대한 논의에도 다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국가책임제와 공공 정신의료의 필요성’을 주제로 주최한 정책토론회가 일례다.

이날 의학계에선 현행 비자의입원 제도를 ‘사법입원 제도’로 대체·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자의적 치료 개입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위해 법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내 전문 심리기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법원 내 특수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 혹은 지자체 보건 및 사회복지 관련 부서가 구성하는 특수 위원회를 신설하고, 비자의입원 등의 필요성과 당사자에 대한 인권 침해 관련 판단을 맡기자는 것이다. 즉 공공이 판단 책임을 맡음으로써 당사자 인권과 의학적 전문 치료 사이 딜레마를 아우를 수 있는 공공 정신의료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를 제안한 이화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이 악화하고 전문적인 치료에서 방치되면 스스로 증상에 대한 인식(병식)이 없어지기 때문에 비자의입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보호의무자 제도와 비자의입원 등의 현행 제도는 환자 보호에 대한 책임과 판단을 가족과 의료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발 직전의 환자가 잘 치료받고 상태가 안정되면 지역사회에 복귀해 생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법적 문제에 휘말려 사회에서 멀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정신 응급 이송체계 정비와 각 지역 병원의 정신병동 병상 확충 등의 방안도 요청했다.

반면, 당사자 쪽에선 국립정신병원 등 공공 정신의료에서 이를 전담해 국가가 당사자 인권과 주체성, 자립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즉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다. 당사자 쪽을 대표해 발언한 정신장애인 인권 활동가 이정하 파도손 대표는 “당사자 입장에서 원칙적으론 강제입원을 수용하긴 어렵다”며 “적어도 비자의적 입원 과정과 사후 지원을 국립병원이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공공 정신의료(국가책임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의 발병 자체가 사회적 단절과 고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로부터 출발하기에 정신장애인에겐 단지 치료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 후 삶을 회복하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사회복지학계에선 정신질환자 인권 개선을 국가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통합돌봄체계로의 편입을 제언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자의입원으로 치료받아도 지역사회에서 자립적 삶을 꾸릴 공간이 없다면 그저 입원과 지역사회 복귀를 반복하다 결국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며 “비자의입원 등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놓고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통합돌봄 복지 기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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