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명분 넘지 못한 현실…한풀 꺾인 대안식 시장
지속가능성의 명분은 충분하지만… 불경기에 글로벌 선두 기업들도 흔들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착한 소비와 건강한 식문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대안 식품이 속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및 제한된 수요 속에 국내외 기업들이 하나둘 발길을 거두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031440)는 최근 미국 소재 대안식품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청산했다. 현지 시장성을 검토하기 위해 2022년 약 600만 달러(약 83억 원)를 출자해 설립했지만 시장 정체와 침체가 지속되면서 사업성 확보에 한계를 느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신세계푸드는 국내 사업을 전개하는 자체 대체육 원재료 브랜드인 '베러미트'(Better Meat)는 유지한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은 여전히 운영 중이며 서울 강남구 소재 코엑스 매장 등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베러푸즈는 청산하지만 국내에서는 B2B(기업간거래) 중심으로 대체육 사업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심(004370)도 대안식 사업에서 비슷한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지난해 말 운영 종료한 것이다.
당시 농심은 미슐랭 출신 셰프를 기용하고 자체 대체육 제조 기술인 '베지가든'을 접목한 고급 코스 요리로 주목을 받았지만, 경기 침체와 외식 수요 감소, 대중적 기반 부족 등이 겹치며 장기 운영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대안식품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아직 소비자의 일상 소비로 이어지기에는 허들이 높다. 여기에 높은 원가 구조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겹치며 시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안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던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조차 성장세가 꺾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미래 가치만으로는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가치라는 명분과 철학을 넘어 수익성과 실효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5월 국내 최초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서울 코엑스몰에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했고 1만 원대 중반 가격에 100% 식물성 단백질 기반 퓨전 메뉴 13종을 제공하며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3년 3월 용산 아이파크몰에 2호점을, 2025년 5월 고덕비즈밸리의 아이파크더리버몰에 3호점을 잇달아 열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안 식품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속가능성이라는 명분을 넘어서 가격·맛·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실효성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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