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을 갖는다고? 삼성은 침묵, 반도체 업계는 긴장
①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한국 압박
②보조금 주지 않으려는 포석
③본심일 수도... 삼성 유연히 대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대가로 보조금을 받는 기업으로부터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다소 무리한 요구라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보면서도 관세 후속 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거나 외국 반도체 제조사에는 약속한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걸로 보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9360000040)
20일 업계에 따르면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입장을 따로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7월 말 양국 간 관세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농산물 등 민감 품목과 한미동맹 현대화 등 현안이 여전히 많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이란 뜻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묘한 시점에 해외 기업의 지분 확보라는 미국 입장이 보도됐고 반도체 품목 관세 300% 얘기도 나왔다"며 "협상 때 원하는 것을 다 가져가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분 확보' 본심일 수도..."삼성 유연하게 대처해야"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줘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는 47억5,000만 달러(약 6조6,300억 원), SK하이닉스 4억5800만 달러(약 6,300억 원)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109억 달러(약 15조1,000억원)를 받는 자국 기업 인텔과 지분 10% 취득 방안을 논의 중인 것처럼 외국 기업에도 똑같이 지분을 달라 하며 곤란하게 만들어 이를 명분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민간 기업이 타국 정부에 지분을 줄 수 있을까"라며 "특정 기업에만 보조금 지급 이슈에 손을 대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다른 기업에도 적용한다고 하고 이를 거절하면 미 정부는 '보조금 지급' 약속을 깨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6월 일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너무 많다며 재협상을 진행 중인 사실을 밝혔다.
취약한 자국 반도체 제조 능력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미국 정부가 실제 삼성전자 지분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없진 않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제조 역량이 앞선 삼성전자나 대만 TSMC 같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던 미국 정부의 본심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TSMC에 뒤처진 삼성전자로선 최대 고객인 미국 빅테크 기업을 잡아야 한다"며 "그러려면 미국 정부 요구를 무시할 수 없으니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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