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부족·노후화 발목… 산단, 수요자 중심 패러다임 필요 [충청권 산단 긴급점검]
업종 개방성 높이고 가격 경쟁력 갖춰야
청년 낙후산단 기피… 산단 리모델링 必

[충청투데이 권오선 기자] 충청권 산업단지가 용지 부족과 노후화 등 구조적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기업 유치 역시 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산단 조성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더 나아가 충청권 광역 연계를 바탕으로 한 '통합형 산단 전략' 마련이 향후 수도권 기업 유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영주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은 구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노동력 확보 전략도 청년 일자리 중심에서, 기업이 실제 활용 가능한 가용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특히 "설비 자동화와 AI 도입을 통해 인력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방안과 더불어, 여성과 고령층 등 유휴 인력을 활용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규 산단 개발에 있어서도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강 연구위원은 "업종을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산업군이 유입될 수 있도록 개방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짓는 것'보다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후 산단의 구조 개편도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낙후된 산업 환경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며 "결국 인력이 이탈하면서 산단 전체가 공동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산단을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스마트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도시재생사업처럼 노후 인프라를 공공이 책임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산업단지 정책의 무게추를 '신규 조성'에서 '기존 정비'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파트를 외곽에만 짓다 보면 도심 공동화가 일어나듯, 산업단지도 같은 현상을 겪는다"며 "광역 차원의 연계를 통해 낡은 산단을 리모델링하고, 입지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전은 고질적인 부지 부족과 높은 지가 문제로 신규 산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인접한 금산, 계룡, 공주 등지의 저렴한 공지를 활용한 광역 공동 산단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 교수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와 맞물려 광역 공동 산단을 조성하면, 수도권 대기업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며 "이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선 기자 ko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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