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악마가 이사왔다' 안보현의 무해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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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배우 안보현이 순도 100%의 무해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영화 <엑시트>(2019)로 942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군검사 도베르만> 등에서 강인한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안보현은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순박한 청년으로 분해 연기 변신을 꾀했다. 길구는 아랫집에 이사 온 선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밤에는 낮에 본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선지를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다. 길바닥에 버려진 깨진 유리병도, 곤경에 처한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길구는 악마로 변한 선지를 돕고 싶어하는 선하고 강력한 의지로 선지를 변화시킨다.
촬영하고 3년 만에 영화가 공개됐다. 소감이 어떤가?
얼마 전에 영화의 완성본을 보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촬영할 때의 추억도 떠올랐고 드디어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영화 <히야>(2016)로 데뷔 후 10년 만에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이 컸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그 부담과 압박감이 싹 사라졌다. 감독님이 제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세세하게 봐주셨다. 덕분에 길구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연기톤, 목소리와 표정 등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감독님께 의지하면서 부담감이 사라지더라.

길구를 연기하면서 어떤 지점이 가장 고민됐나?
영화에 콘티북이 있었는데 그림 속의 길구 표정을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동안 강인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맡는 것이 내게는 도전이었다. 연기하면서 "이게 맞나?"라고 반신반의했는데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는데,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내가 길구가 되어있었다. 감독님은 "보세요, 보현 씨 안에 길구가 있다"고 하셨다.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궁금하다.
대본을 읽자마자 도전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게 갖고 있는 강인함을,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다. 또 개인 운동을 하며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런 나의 일부분이 길구와 오버랩됐다.
길구처럼 밤낮의 모습이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면?
예전의 나였다면 "정신 나간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면서 회피했을 것이다.(웃음) 그러나 지금은 말을 걸고, 도움을 줄 것 같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데 희열을 느낄 것 같다.

선지 역의 윤아와 호흡은 어땠나?
10년 전에 중국에서 만났을 땐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크게 느껴졌다.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연기를 하다보니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란 걸 알겠더라. 털털한 성격을 지녔고, 무엇보다 상대방을 편하게 느끼도록 하는 힘을 지녔다. 1인 2역이라 고민하며 현장에 왔을 텐데, 힘들어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부분이 멋있었고, 내게도 좋은 영향을 줬다. 현장에서 윤아에게 많이 의존했다.
극 중 선지는 낮과 밤의 모습이 180도 다르다. 낮 선지와 밤 선지 중 누가 더 좋았나?
밤선지와 촬영할 때 더 재밌었다. 낮 선지는 모든 걸 조심스러워하지만, 밤 선지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행동을 많이 한다. 길구의 눈에는 그 모습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예쁘고 귀엽기도 했을 것 같다. 나의 이상형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밤 선지처럼 밝은 사람이 좋다. 길구도 극 초반엔 쭈볏거리다가 중하반부부터는 말투도 빨라지면서 평범해진다.
길구는 무해하다. 내면의 상처를 표출하지 않고 혼자 인형 뽑기를 하면서 푼다. 안보현은 생각이 복잡할 때 어떤 행동을 하나?
길구에게는 인형 뽑기 가게가 은신처였다. 인형을 뽑으면서 마음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낸다고 해석했다. 평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않고 바이크를 탄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무작정 달린다. 가다가 예쁜 곳을 구경하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많이 어두우면 위험해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생각이 사라진다. 이 점이 길구와 닮았다.

MBTI는 무엇인가?
INTJ다. J라서 디테일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한 장면에서 3~4가지로 연기를 준비해 가는 편이다. 나중엔 감독님이 "다른 것도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여러 버전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선지가 길구에게 "오빠"라고 부르자, 길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손을 흔드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E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예전엔 과묵한 편이었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말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 성향을 추구하면서 생긴 변화는?
어렸을 땐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만 잘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려면 나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보다 더 주변에 안부를 자주 묻고, "밥 먹자"고 먼저 연락한다. 예전엔 친한 사람한테만 하는 행동이었는데, 어느덧 이 행동이 자연스러워졌다.
변화 후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나?
웃으니까 웃을 일이 많아진다. 내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사람들이 무섭다고 생각한다. 웃음이 많은 편이 아니라 오해받는 일들이 종종 있어서, 최대한 웃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더 웃을 일이 자주 생기더라.
데뷔 10주년이다. 배우란 직업에 대해 말해본다면?
복싱선수에서 배우가 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어려서 복싱 영화를 보면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복싱 선수니까 맞고 때리는건 잘하지 않겠느냐?(웃음) 그런 생각이 배우가 되게 만든 것 같다. 그렇게 자신 있는 걸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누가 강요한 적도 없는데 10년 동안 2달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작품이 없으면 예능 촬영을 하고, 쉬는 날엔 운동을 간다. 내게 미안할 정도로 스스로 괴롭힌다.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나?
아직도 연기가 신선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보현으로 태어나서 정해진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직업군인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가 됐다. 연기로나마 여러 직업을 체험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다. 운동만 했던 내가 변호사가 되고, 군복을 입고, 검사가 됐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한다. 그런데 연기를 위해 하나의 작업을 공부할 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재미있다. 캐릭터에 안보현이라는 사람을 더해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서 에너지 넘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우로서 극장에 얼굴이 걸리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 버킷을 달성했다.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준 분들, "넌 안 될 거야"라고 했던 분들, 또 내 인생의 영원한 VVIP인 지인들도 나를 스크린에서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어렸을 때 지나다녔던 부산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 <악마가 이사왔다> 포스터가 걸린다고 생각하니 가문의 영광이다.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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