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워싱턴서 '원자력 협정 개정' 카드 꺼낸다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산업 발전"이 명분
미, 개정 합의시 한국 '핵잠재력' 인정하는 셈
동맹현대화 압박 상쇄할 카드로 활용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을 앞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군사적 차원의 '핵 잠재력'에 다가서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일 복수의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한국일보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원자력 협정 개정을 미국에 요구할 방침"이라며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 원자력 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협정은 2015년 마지막으로 개정돼 2035년까지 유효하다. 현행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연구 목적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LEU)을 생산할 수 있다. 유효 기간이 10년이나 남은 현행 협정을 개정하자는 것은 원전에 쓰이는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농축·재처리 권한은 국제사회에서 언제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핵능력 보유국' 지위를 의미한다.
정부는 미국에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5위권의 원자력 산업 역량을 지닌 한국이 재처리조차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논리에서다.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고 있는데, 2030년 이후 이 저장 시설이 포화가 될 전망이라 재처리·농축 허용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외교가·산업계에선 현 정부가 과거 정권의 숙원 사업인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암묵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핵추진 잠수함 개발 프로젝트인 '362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드러나며 미국의 반발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핵추진잠수함 자체 개발과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미국 동의를 얻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여권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 확보는 일종의 미완의 프로젝트"라며 "거래에 능숙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질을 역으로 활용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 청문회에서 핵추진 잠수함 보유 문제와 관련, "필요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미국이 한국의 핵 능력을 강경하게 제한하고 있는 건 수십년 간 이어진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에 다가서고 있는 흐름에서 한국까지 재처리 권한을 갖게 될 경우 비확산 체제의 균열로 이어질 것이란 국제사회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초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 정치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나온 것이 원인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초빙연구위원은 "협정 개정은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협상안과 뚜렷한 전략적 목표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정 개정 요구가 미국과의 '딜'을 염두에 둔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을 포함한 '동맹 현대화'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반대 급부로 협정 개정을 요구하면 미국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라는 논리다. 협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도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재처리에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등 한미 간 협력 차원에서의 협정 개정 논의가 불가능한 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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