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숫자로 생각해보기
‘똑똑할수록’ 필요 자원 막대해
비싼 서버·많은 전력소모가 관건
휴머노이드 로봇도 현실화될까
2022년 말에 시작된 인공지능 열풍은 지금도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챗지피티(ChatGPT)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던 GPT-3는 어느새 GPT-5까지 출시되었고, 이제 단순한 문답을 넘어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보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기존에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 의료, 제약 등의 분야에까지 인공지능이 침투하게 되었다.

PaLM-E는 우리가 미래 로봇에게 원하는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와 단순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주방에서 과자를 가져오라는 추상적인 지시도 처리할 수 있다. 과자를 가져오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어도 목표를 완수해 낸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로봇 전문가가 해내지 못했던 놀라운 성과이다. 이를 보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말 가까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구동에 필요한 자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PaLM-E는 챗지피티의 원형인 GPT-3의 두 배 가까이 거대하다. 2023년 GPT-3급의 언어인공지능을 구동하려면 가격이 3억원에 육박하는 서버 컴퓨터 한 대(DGX-A100)가 필요했으니 PaLM-E는 위 서버 두 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사용하는 전력도 어마어마하다. 위 컴퓨터 한 대는 스마트폰 1000대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니 PaLM-E로 구동되는 로봇은 두뇌에만 스마트폰 2000대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상용화하기 쉽지 않은 전력 소모이다.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을 찾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측정 가능한 수치에 집중해야 한다. 위에서 나온 숫자를 종합해 보면 대화도 가능하고 추상적 지시도 수행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지금 수준으로 똑똑하면서 크기는 수백 분의 일로 줄어들거나 지금보다 효율이 수백 배 좋은 인공지능 반도체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발표된 딥시크(DeepSeek)라는 인공지능의 예를 보자. 딥시크는 여러 종류의 인공지능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가장 작은 인공지능은 용량이 GPT-3의 1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이 정도로 작은 인공지능으로 기존 언어모델급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머지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런 작은 인공지능은 정확도가 낮아 극히 제한된 용도에서만 사용되고 있으니 아직은 가정부 수준의 대화도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결국 인공지능도 컴퓨터 위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일 뿐이고 정량화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수많은 뉴스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숫자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골라내는 것이다.
만약 내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이 있다면 뉴스에 휴머노이드라는 단어가 없더라도 해당 뉴스가 위에서 살펴본 용량당 인공지능 성능에 영향을 주는 뉴스이거나 반도체 효율에 영향을 주는 뉴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 뉴스를 보며 일일이 감탄하기보다는 그 뉴스가 내가 관심 있는 숫자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분석해 보자.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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