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도 비 그쳐도” 반지하 거주민만 아는 극한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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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도심 반지하 주민들은 요즘 삼중고를 겪는다.
주민 옥모(67)씨는 "며칠 전 비가 많이 왔을 때 새벽 내내 물이 들어올까 봐 잠을 못 잤다"며 "이제는 곰팡이 냄새와 더위까지 겹치니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말했다.
숭의동 반지하에 사는 한 주민은 "방범창을 달면 우리 집이 침수된 사실이 있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아 꺼려진다"며 "괜히 동네에 소문날까 봐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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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반지하주택 침수 방지 시설 집주인은 동네 소문날라 도움 꺼려

인천 원도심 반지하 주민들은 요즘 삼중고를 겪는다. 폭우로 생긴 곰팡이와 습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구조 탓에 방 안은 눅눅한 기운이 남아 있는 데다 열기까지 더해져 '습한 찜통' 속 생활과 다름없다.
20일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빌라 반지하. 주민 옥모(67)씨는 "며칠 전 비가 많이 왔을 때 새벽 내내 물이 들어올까 봐 잠을 못 잤다"며 "이제는 곰팡이 냄새와 더위까지 겹치니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햇빛은 안 들어오지만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으니 오히려 더 덥다"며 "창문도 작아 바람조차 안 통한다"고 덧붙였다.
숭의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최모(59)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비가 오면 배수구가 역류해 집 안으로 물이 차오를까 늘 신경이 쓰인다"며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찾아오니 방 안은 하루 종일 찜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풍기를 내내 돌려도 공기가 바뀌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의 반지하주택은 2만4천여 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0년 이후 침수 이력이 확인된 주택은 3천150여 가구로 상당수가 매년 장마철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창문이 작고 환기가 어려운 구조 때문에 실내 습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위가 겹치면 주민 건강 악화까지 우려된다.
시는 2018년부터 침수 재발 방지를 위해 물막이판(2천443가구), 역류방지밸브(5천140가구)를 지원했다. 또 침수 시 대피가 가능하도록 '개폐식 방범창' 설치 사업도 병행해 현재까지 1천여 가구에 보급했다.
그러나 사업 확대에는 한계가 따른다. 사유시설 특성상 강제할 수 없어 일부 주민들이 신청을 꺼리고 있다.
숭의동 반지하에 사는 한 주민은 "방범창을 달면 우리 집이 침수된 사실이 있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아 꺼려진다"며 "괜히 동네에 소문날까 봐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세입자는 집주인이 반대하면 설치가 어렵다.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이나 임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 관계자는 "설치에 강제성이 없기에 지속적으로 홍보와 안내를 강화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케 하겠다"며 "매년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 시설 지원을 확대해 침수 피해를 줄여 가겠다"고 말했다.
정병훈 기자 jbh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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