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내민 손, 신용사면을 환영한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2025. 8. 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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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5000만원 이하의 연체된 채무를 올해 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개인의 연체 이력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대규모 신용사면이다. 2020년 1월1일부터 2025년 8월31일까지 5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으나, 2025년 12월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상자는 무려 324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까지 약 272만명이 이미 채무를 전액 상환해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나머지 52만명도 연말까지 빚을 모두 갚으면 연체 기록이 지워진다.

이 조치를 통해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한 사람들은 신용 평점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용 평점이 오르면 금리, 한도, 신규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며 더 좋은 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변경하거나 신용카드 발급, 신규 대출도 가능해진다. 특히 청년층의 신용 평점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신용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빚은 자본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서민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실직, 질병, 자연재해 등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수입이 끊기면 소액의 빚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절벽이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변호사로서 소액 채무의 굴레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500만원, 1000만원의 소액 채무 때문에 금융기관의 추심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경제생활은 물론 일상마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카드값 35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중년의 여성이 기억난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사망하고 남긴 채무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금은 500만원이 채 안 되었고, 오랜 기간 이자가 늘어난 것이다. 당연히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아닐까 싶었는데, 금융기관은 해당 여성에게 ‘처벌된다’며 가끔 5만원씩 갚도록 해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현금으로만 생활을 해야 했는데, 자신 명의의 계좌나 카드 사용도 하지 못했고, 자신 명의의 휴대폰도 개통하지 못했다. 넘어져 다쳤는데도 병원비가 무서워 그냥 집으로 갔다는 그녀의 다리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처럼 소액 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족 살해 후 자살, 동반자살 사건의 원인 1위가 경제적 이유이다.

코로나 이후 장기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이 많다. 이미 사업에 실패해 폐업했지만, 가게를 오픈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죽고 싶다고 말했던 소상공인이 기억난다. 누구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절벽과 같았다. 이러한 비극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금융적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을 제때 구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신용사면과 같은 정책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한다. 빚을 전액 상환한 사람들의 연체 이력을 삭제해, 신용 평점을 회복시키고 다시 정상적인 금융 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채무를 갚으려는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포용적 정책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포용적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힘이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일회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더욱더 촘촘하게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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