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힙하려고” 자전거 브레이크 없앤 학생들, ‘픽시’ 열풍
픽스드기어 자전거 ‘픽시’
브레이크 없이 도로 빠르게 질주
멋있지 않다고 헬멧 착용 미준수
제동 어려워 큰 사고 이어지기도

“올 게 왔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지는 ‘픽스드기어 자전거(픽시)’ 열풍이 사고로 이어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를 타고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15년차 자전거 정비사 김진수(44)씨는 “언젠가 논란이 될 줄 알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19일 저녁 수원시 오목천동의 한 자전거 정비소에서 만난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학생 손님이 200%는 늘었다”며 “웹툰 ‘윈드브레이커’가 유행했을 땐 많다가 한동안 잠잠했는데 2~3년 전부터 다시 붐이 일었다”고 경향을 설명했다.

요즘엔 자전거 브레이크를 떼어달라는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픽시가 더 ‘멋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브레이크는 기본적인 안전장치인데 그걸 떼어줄 수는 없다”며 요청을 단호히 거절한다고 한다.
픽시는 페달을 멈추면 바퀴도 멈추는 고정 기어 방식이다. 브레이크 없이 이뤄지는 도로 주행은 위험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브레이크를 달면 겁쟁이에 바보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씨는 “일부에서 아이폰을 써야 멋있다고 하는 것처럼 브레이크 있는 자전거는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아이들 사이에 있다”고 짚었다.
제동 기술로는 바퀴를 미끄러뜨리는 ‘스키딩’이 쓰인다. 페달을 반대로 밟아 바퀴를 미끄러뜨리는 방식인데, 숙련되면 정지는 가능하지만 돌발 상황엔 취약하다. 헬멧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유일한 보호장비지만 멋있지 않다며 기피된다. 김씨는 “헬멧을 착용한 채로 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픽시를 짧게 타고 번개장터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되파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오래 타기보다 스타일 따라 자주 바꿔 타는 흐름이다. 등굣길에 또래끼리 무리를 지어 타는 모습도 흔하다. 픽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힙함(멋있음)’을 과시하는 하나의 문화로 변모한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에선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타던 중학생이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는 5천571건, 이중 18세 미만 사고 비율은 26.2%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픽시를 사달라고 조른다’는 부모들의 고민 글이 이어진다.
픽시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위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단순 단속이나 금지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김씨는 “요즘 자전거 타는 학생들 보면 룰도 있고 스타일도 있고 자기들끼리의 작은 사회처럼 돼 있다”며 “다만 브레이크랑 헬멧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개학기를 맞아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보고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보호자 조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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