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생산량 내수에 맞춘다…석화기업 구조조정 서막

이재호 기자 2025. 8.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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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틸렌 감축량 목표를 수치로 제시한 만큼 기업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일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에틸렌 생산량)을 자율적으로 최대 25%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하자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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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물량공세에 수출 포기
‘정유사와 연계 안 된 석화기업 통합’ 유력
롯데케미칼-HD현대 통합 논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에틸렌 감축량 목표를 수치로 제시한 만큼 기업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일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에틸렌 생산량)을 자율적으로 최대 25%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하자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프타분해설비는 원유를 정제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전체 370만톤(t) 규모의 에틸렌 생산 감축을 목표로 각 기업이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석유화학산업의 환경 변화에도 기업들이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로 구조조정에 손을 놓으면서 업계 전체가 공멸 위기에 처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급과잉인 에틸렌 생산을 줄여야 하는 줄 알면서도 경쟁사 눈치를 보며 버티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정부가 감축 목표량을 제시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감축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틸렌 370만톤 감축 목표는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국내에서 1년에 소비되는 에틸렌을 800만~900만톤으로 추산한다. 2016년 2219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했던 중국이 10년 사이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왔고, 2027년 7225만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기 때문에 일단 수출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정도만 생산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로부터 중국이 석유를 값싸게 공급받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동원해 생산하는 에틸렌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개편안은 국내 3대(울산·여수·대산)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서 정유사와 연계되지 않은 석유화학 기업과 정유사를 통합하는 방안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석유화학 기업이 저렴하게 공급받으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나프타분해설비 생산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산 산단에서 롯데케미칼과 에이치디(HD)현대가 나프타분해설비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구조 개편 3대 방향’으로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 경제·고용 영향 최소화를 제시했다. 또 업계가 충분한 자구 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면 정부가 세제·금융 등 종합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원 방안을 우선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각 기업이 고민하면서 움직이고 있는데 정부가 일률적인 대책을 내놓으면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을 오히려 지연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며 “여수·울산·대산 등 지역 산단별 상황과 사업 재편 계획·속도가 제각각인 만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과 지역에 신속하고 강도 높은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경쟁사의 눈치를 보면서 생산량 감축안을 정리할 텐데, 공정거래법 등을 잘 피해 가면서 정부가 원하는 수준까지 감축할 수 있도록 산업부가 잘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안태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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