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마지막일지 모르잖아요"…마음 치료하는 '특별한 미용실'

이은진 기자 2025. 8.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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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주일에 사흘, 병원 한쪽에 열리는 '특별한 미용실'에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말기 암 환자나 치매 노인들도 미용 의자에 앉으면 평범한 손님이 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미용사와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기자]

수건 위에 잘 갈아온 쇠 가위, 집게들을 늘어놓습니다.

[정정아/미용사 : 오늘 커트 준비를 해 왔습니다. 가위하고 핀셋, 뭐 분무기라든지…]

분주히 앞치마를 매는 45년 경력 미용사.

그런데 이곳, 사실 미용실이 아닙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내부입니다.

그런데 옆으로 보시면 미용 일정표가 나와 있고요.

한편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가시면 평범한 미용실이 나옵니다.

거동이 불편해서 미용실을 갈 수 없는 장기 입원 환자들을 위해 꾸려진 살롱인데요.

이렇게 3년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앞둔 말기 암 환자나 치매와 뇌졸중 등으로 길게는 10년씩 입원 중인 어르신들이 주로 찾습니다.

일주일에 사흘만 문을 여는데 오픈 전부터 이미 만석입니다.

[문쌍희/환자 : {오늘 염색을 해드릴까요?} 오늘 머리 좀 자르고 염색 좀 하고 머리 조금 고르고…]

이곳에서 만큼은, 환자가 아닌 손님으로 불립니다.

밖에선 눈치 보이는 휠체어도, 걸리적 거리는 수액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정아/미용사 : 제일 멋지게 해드리겠습니다. 오늘 머리를 어떻게 잘라드리면 좋을까요?]

[강정자/장기 입원 환자 : 조금만 잘라주세요. {조금만, 지금 스타일로. 최대한 젊어 보이게 해드릴까요?} 예.]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백발 위엔 까만 염색약을 바릅니다.

[강정자/장기 입원 환자 :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 원장님들도 참 친절합니다. 특히 우리 선생님 김동은 선생님.]

머리 손질은 소중한 추억을 돌려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중기 치매를 앓고 있는 노상조 할머니.

평생 농사지어 아들 셋, 딸 두 명을 키웠습니다.

엄마의 푸름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나무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노상조/치매 환자 : {누구신 것 같으세요?} 가르쳐 줘. {엄마잖아.}]

거울 앞에 데려가 보자기를 둘렀더니, 그제야 처녀 적 내가 떠오릅니다.

[노상조/치매 환자 : 그래, 참 내가 예뻤어. 먼저부터. {예쁘셨어요.} 예쁘지…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다시 또 태어난 듯이 행복하지.]

미용 의자에 앉을 수 있는 환자들은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은 병실로 직접 찾아갑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툴툴대지만,

[정정아/미용사 : {뭐 하려 하노.} 머리 예쁘게 하려고. {돈도 없다.} 돈 안 받아!]

그래도 내심 깔끔해진 머리가 마음에 듭니다.

[정정아/미용사 : (어르신이) 그거만 보면 기분 좋다.]

3년 째 이곳에서 봉사 중인 미용사들은 다음번에 손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늘 걱정입니다.

[정정아/미용사 : 한 보름 만에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들을 때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만약에 또 볼 수가 있으면 더 좋은데… 다들 나아서 빨리 퇴원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20일) 모두 26명의 환자가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머리를 손질한다는 것.

그 의미는 남은 날들도 충실히, 또 소중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일 겁니다.

[작가 강은혜 영상취재 이주원 VJ 김수빈 영상편집 김동준 영상자막 홍수정 취재지원 권현서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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