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광주·전남노동청…"산단 산재사망 현황 없다"

조태훈 기자 2025. 8. 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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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고 유형 등 정보공개청구에
광주·여수·목포 3곳 ‘부존재’ 통보
산단별 맞춤형 예방 대책 마련 의문
"사후약방문식 행정…산재 예방 불가"

광주·전남 산업단지에서 해마다 수십 여명이 목숨을 잃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 노동기관은 현황을 관리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신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확인된 결과다. 기초 통계조차 없는 현실은 정부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의 가장 기본 단계부터 무너져 있음을 보여준다.

20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본보는 최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여수·목포지청에 2020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광주·전남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현황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도별·산단별 산재 사망사고 건수 ▲사망자 수 ▲사고 유형(추락·끼임·질식·화재·폭발 등) ▲사고 발생 당시 사업장 규모(상시 근로자 수 기준) ▲사고 당시 공정 및 작업 내용 등 사고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항목들이었다.

그러나 세 기관은 모두 "우리 기관에서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라며 일괄적으로 '부존재' 처리를 통보했다. 광주·전남 관할 노동청이 산업단지별 산재 사망사고 현황을 전혀 집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보고 체계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에 "모든 사고를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였지만, 지방청이 기초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은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공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주·전남은 전국적으로도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광주 하남산단, 영암 대불산단, 나주 혁신산단, 여수 국가산단, 목포 산단 등에서는 수년째 크고 작은 중대재해가 반복돼 왔다. 특히 여수 국가산단은 화학·석유화학 공장이 다수 입주해 있어 화재와 폭발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대불산단은 조선업 특성상 대형 장비 사용과 고위험 작업이 많아 추락·끼임 사고가 잦다. 하지만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노동청은 이런 반복적 양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산단별 통계 부재를 단순 행정 편의가 아닌 산업안전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허점으로 지적한다. 산단별로 어떤 유형의 재해가 집중되는지를 알아야 맞춤형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현황 자체가 없으니 대책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가 기업 관리·감독에 앞서 기본적인 현황조차 구축하지 않았다니 충격적"이라며 "지역별·산단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지만, 기초 통계조차 없다면 산재 예방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