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벌이고 李 사인한 체코원전… K-원전 ‘제2 마스가’ 기대감

권순욱 2025. 8.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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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웨스팅하우스, 조인트벤처 설립 논의중
성사시 美원전 300기 건설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다루지는 않아… 기업 간 문제
대통령실 “진상조사 지시, 정치적 의도 없어”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불공정 계약 논란을 빚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가 오히려 한미 양국간 원전 산업 협력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협상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수원은 미 웨스팅하우스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포함한 한국 원자력 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정상간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산자부는 이와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협력은 기업 간에 협의할 사안”이라며 “양국 정부 간 협력 의제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간 협의 사안은 아니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조인트 벤처가 설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독자적인 원천 기술이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갖춘 한수원이 협력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어 한미간 조선산업 협력프로젝트인 마스가 못지 않은 원전산업 협력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이 가진 시공능력을 모두 가동해도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며 “뛰어난 시공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에게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약 30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진출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정치권은 이날도 공방을 이어갔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1월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 통과, 원전 수출 시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계약을 “매국적 합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정은 반드시 파기·재협상 돼야 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수원은 최소 2조원 이상을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해야 하며 실질 수입은 적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12·3 계엄 직전 홍보용 치적에 매달려 밀실에서 협정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직접 연루된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즉각 조사받고 사퇴해야 한다”며 “국회는 국정조사로 철저히 진상 규명하고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날 “현 정부가 전 정부의 흠집을 내고, 성과는 자신들의 것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최종 계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 이뤄진만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공동 성과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흠집 내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게 전 정부와 상관없이 어쨌든 간에 의혹이 있어서 국민적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진상을 밝혀서 잘잘못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며 “이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과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불공적 계약’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를 받고 “한국과 체코 간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도 ‘합의 내용이 너무 지나치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산자위 여당 간사 김원이 의원의 질의에 “원전산업 전반의 이익 구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불리한’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전 프로젝트에서 원천 기술 보유사와의 지분을 배분하는 것은 불가피한 구조”라며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 사용료·안전 인증·설계 검증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고, 이번 계약에서 지불하기로 한 금액도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퀼컴에게 막대한 원천기술료를 지급했지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계약은 불평등 계약이 아니라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비와 부대사업 비용은 한수원 몫으로 돌아오는 법적 안전장치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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