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단풍’, 재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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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1일, 강원도 춘천 남산면 광판리의 야산 위로 드론을 띄웠다.
한여름의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진 강원도 산자락, 그 짙은 녹색 물결 사이로 붉은 갈색과 잿빛으로 변한 나무들이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들의 잎이 갈색으로 말라간 뒤, 시간이 흘러 앙상한 회색의 '백골'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감염 한 달 만에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두 달 안에 나무 전체를 말라 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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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1일, 강원도 춘천 남산면 광판리의 야산 위로 드론을 띄웠다. 한여름의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진 강원도 산자락, 그 짙은 녹색 물결 사이로 붉은 갈색과 잿빛으로 변한 나무들이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들의 잎이 갈색으로 말라간 뒤, 시간이 흘러 앙상한 회색의 ‘백골’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고사목 사이로 훈증 처리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멀리서는 가을 단풍이나 거대한 꽃밭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죽음이 드리운 비극의 현장이 드러났다.
광판리 야산은 서울에서 불과 70여㎞ 떨어져 있다. 영남 지역을 휩쓸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이제 수도권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하늘에서 더욱 선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무는 우리 산림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종이기에, 피해는 단순히 나무 몇 그루의 죽음으로 그치지 않는다. 바짝 마른 고사목은 산불이 발생하면 불쏘시개가 되어 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과거 대형 산불 현장에서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나무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나무가 죽고 1~2년 뒤 뿌리마저 말라버리면, 산사태 위험까지 급격히 커진다. 재선충병은 산불과 산사태를 부르는 ‘2차 재난’의 전조다.
드론으로 전체 피해 지역을 훑은 뒤, 길조차 없는 숲 속으로 발을 들였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활엽수 사이사이, 잎이 모두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와 잣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굵은 잣나무들은 이미 베어져 나가거나, 검은 비닐로 덮여 훈증 처리되고 있었다.
이 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감염 한 달 만에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두 달 안에 나무 전체를 말라 죽게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거목을 죽이는 것은 재선충병이 유일하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전국 142개 시·군·구에서 생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90만 그루에 이른다.






춘천(강원)=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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