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는 동물과의 혼종? 핵전쟁 후 디스토피아 신인류 그린 베르베르

고희진 기자 2025. 8. 20. 18: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간 ‘키메라의 땅’ 들고 방한
인간과 박쥐·돌고래·두더지 등
유전자 혼합해 신체 변형 시도
“열린 결말, 해피엔딩이라고 봐”
음악극 등 각종 행사 참여 예정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신작 ‘키메라의 땅’ 출간 기념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상 먼 미래를 내다보려고 노력한다. 이번 책에서 일어나는 일은 앞으로 정말 일어날 일이고 그것은 ‘인간과 동물의 혼종’이다”

<개미>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4)가 황폐화된 지구에서 신인류가 그려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 <키메라의 땅>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작가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엠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책을 구상한 계기와 방한 계획 등을 밝혔다.

1권과 2권 두 권으로 나뉜 소설은 핵 전쟁 이후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한 신인류 키메라들이 이 땅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에서 진화생물학자인 알리스 카메러는 인간이 단 한 종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류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키메라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고농도 방사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3종의 키메라 ‘에어리얼, 디거, 노틱’이 탄생한다.

키메라들은 각각의 고유한 능력을 가진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을 통해 얻어진 에어리얼은 날개가 있어 공중을 날 수 있으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인 노틱은 헤엄칠 수 있고,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인 디거는 땅속을 파고 들어갈 수 있다.

베르베르는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인간 유전자와 동물 유전자를 혼합해서 혼종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연구는 계속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인류를 위해서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사유하는 것”이라며 “소설에서 내가 인간의 더 나은 미래로 고안한 것이 신체적인 형태를 바꾸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신작 ‘키메라의 땅’ 출간 기념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르베르는 소설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3차 세계 대전을 벌이고 있다. 책 속에서는 (핵 전쟁으로) 긴급하게 진행되지만, 현실에서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뿐”이라며 “세계적으로 군비에 이렇게 많은 돈이 투자된 적은 없다. 모든 세대가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만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가 있고, 전쟁에 에너지를 쏟는 나라들이 많다. ‘늑대’(전쟁 국가)가 있다면 ‘양’(비전쟁 국가)으로서 그저 존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책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도구이기에 항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책 안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함께 살 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라고 봤다”며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나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가 단지 즐거움만을 위해 책을 읽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는 내가 몰랐던 걸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이 책 역시 그런 의도로 썼다”라고 했다.

베르베르는 집필 과정에서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서사적인 웅장함이 있어 특히 영화음악을 즐겨 듣는다. 우리가 하는 생각은 90% 정도는 전날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책과 음악, 영화를 본다면 이런 순환적인 생각의 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그렇기에 책을 쓴다는 직업의 본질은 독자에게 새로운 사유와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읽지 않는 독자들보다 더 총명해지길 바란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 “한국 독자들은 지적 수준이 높고 호기심이 강하다”라며 “좋은 출판사와 번역가 덕분”이라고 말했다. K콘텐츠의 성공을 두고는 “한국에는 천연자원은 없지만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다”라며 “영화, 음악 등 한국이 굉장히 창의적인 예술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있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오는 27일 ‘2025 아르코 썸 페스타’에서는 <키메라의 땅>을 토대로 만들어진 음악극 ‘키메라의 시대’ 대본 내레이터로 무대에 선다. 키메라의 시대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7곳에서 공연되며 베르베르는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된다. 베르베르는 다음달 5일 출국 전까지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