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선 건강하게 오래산다] ④ 장수마을을 가다

장지혜 기자 2025. 8. 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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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웃·돌봄…잘 사는 비결 '삼박자'

강화 인구 중 100세 이상 어르신 24명
고령 많은 화도면 주민 '주체적 삶' 눈길

망둥어·꽃게·쌀 등 토종산물 자급자족
저녁엔 주민들 모여 체조·이야기 나눠
군 정책 뒷심…건강측정 키오스크 설치
복지관 연계 서비스…만족도 91% 달해
매일 전화 안부도…고독사 예방 큰 효과

인천 사람들이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관심과 염원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는 인천의 지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남동구의 '장수동(長壽洞)'은 원래 '장자리골'이라 불리던 마을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 지역 명칭은 시간이 지나며 '長壽', 즉 '오래 살다'는 의미로 표기되었다. 장수를 기원하는 마을 주민들의 전설이 자연스레 반영된 결과다.

'만수동(萬壽洞)'에도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이 스며있다. '만 번의 수명', 무병장수를 향한 목표가 지명에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실제 만수6동엔 인천시 최고령자인 1912년생 114세 여성이 생존해 있다. 이를 제외하고도 만수6동엔 100세 이상 인구 8명이 더 존재한다.

'연수구'라는 명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명을 연장한다는 뜻의 '연수(延壽)'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수구는 도시 전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백세 시대를 준비해 온 듯한 인프라를 갖췄다.

경기도와 7개 특광역시 가운데 총 인구 대비 100세 이상 인구 비율 1위를 차지하는 인천이 백세 도시가 된 배경과 역사는 이렇듯 태곳적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다.

▲ 강화군 화도면 장수마을.

인천의 이런 지역 가운데 강화도 화도면은 가히 장수마을이라 할 수 있다.

강화군 전체 인구 6만9285명 가운데 100세 이상 인구가 24명인데다가 이 중에서도 화도면은 노인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화도면 4544명 중 2167명이 65세 이상으로 47.6%를 차지한다.

젊은 층이 외지로 나가고 노인 인구만 남는 섬의 특성이기도 하겠으나 이곳의 어르신들은 누구보다도 젊고 건강하게 장수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 강화군 화도면 장수 어르신들.

▲사람과 사람이 만든 무병장수

"해 뜨면 밭에 나가고, 저녁엔 이웃이랑 모여 노래 부르고 체조를 하지. 평생 여기서 자란 것들을 먹고 살다 보니 이 몸이 여전히 쌩쌩하네요."

무덥던 여름의 한 날, 강화 화도면 장화 2리 어르신들은 동네에 모여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도면 중에서도 손꼽히는 장수마을 장화2리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지형 덕분에 막힌 데가 없고 공기가 맑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해방과 전쟁을 겪고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1923년생으로 올해 102세인 주영돈 할아버지도 여기 사신다. 이 마을에서 90세를 넘기는 건 쉽고도 흔한 일이다. "80대, 90대라고 하면 오래 사신다 해도 거동이 어렵거나 의사소통이 안될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여기 사람들은 안 그래요.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고 마을 일도 도맡고 이팔청춘이 따로 없답니다."

망둥어, 꽃게, 숭어, 농어, 쌀, 고추, 콩, 고구마, 도토리 등 강화 땅에서 자란 것들을 풍족하게 먹은 덕이 크다고 봤다.

"먹어서 건강 해치는 건 여기 잘 있지도 않고 입에도 안 맞아요. 우리 토지 산물로 일평생 몸을 채우다 보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아니겠소. 또 주민들이 함께 모여 가족처럼 지내고 들여다 보니 서로서로 삶의 동력이 되어주죠."

▲ 강화군 화도면 장수 어르신들.

▲돌봄이 생활이 된 마을, 살아가는 재미 선물

화도면 장수의 비결은 비단 자연과 공동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화군 노인 정책이 이를 가능하도록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군은 2023년부터 지역 경로당에 건강측정 키오스크를 설치해 혈압·혈당·체성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영상장비를 통해 실시간 건강운동과 노래교실을 제공한다. 올해 98개소로 확대할 예정인 이 사업으로 지난해 어르신 건강 측정 7만 건을 이뤘다.

회원은 2800명이 넘고 만족도는 91%에 달했다. 특히 노래교실과 건강운동은 가장 인기 있다.

"운전도 못 하고 병원도 멀다 보니 정기적으로 건강을 챙기기가 어려웠는데, 경로당에서 다 해결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노인 일자리로 활동하는 '헬스케어 매니저'가 측정을 돕고, 기록은 복지관 매니저와 연계된다. 자연스럽게 돌봄 체계가 촘촘해지는 셈이다.

군은 독거 어르신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 묻는 사업도 한다. 1128명과 날마다 대화를 나누며 고립을 막는 이 사업의 성과는 크다. 실제 자살 충동을 가지고 있던 어르신이 극적으로 위기를 넘긴 사례가 있고, 적절한 시점에 민원이나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거나 근로장려금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나이 들어 혼자 된다는 게 가장 두려운거 같아요. 이렇게 제도적으로 보살핌을 받고 같이 뭔가를 하니까 사는 게 재밌어. 우리는 치매도 없고 혈압도 없어요. 마음 놓여서 그런지 이 마을 사람들은 머리숱도 많아요."

노인인구가 많을수록 고립과 만성질환 위험이 정비례하지만 장화리와 같은 마을은 오히려 건강한 노년의 모델로 꼽힌다.

조순이 강화군 화도면장은 "자연과 자급적인 생활 습관,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행정이 마련한 스마트 돌봄 체계가 균형적인 삼박자를 이루고 있다"며 "이곳에서의 장수는 단순히 수명의 연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힘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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