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화업계, NCC 생산능력 대폭 줄여 살길 모색

조혜정 기자 2025. 8. 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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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련산업 재도약 추진방안 발표
'선 기업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
"사업 재편안 마련 기업에 맞춤형 지원"

롯데케미칼·S-OIL 등 10개사 협약 체결
NCC 생산 규모 최대 370만t 감축키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 경쟁력 약화로 침체일로인 석유화학업계가 공동 생존을 위한 출구전략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능력 최대 25% 감축'에 강공 드라이브를 건다.  

정부는 '선(先) 기업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 아래, 일선 기업에 강력한 사업 재편안을 우선 마련해야만 금융·규제 완화 등의 맞춤 지원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을 열고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과잉 설비 감축·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개편 3대 방향'을 밝혔다.

또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 '정부지원 3대 원칙'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무부처 수장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함께 배석했다.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안'의 핵심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10개사가 참여하는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해 각 사별로 '최대 370만t 규모의 NCC 감축'을 위한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올 연말까지 제출받아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감축 목표로 설정한 '최대 370만t'은 현재 국내 전체 NCC 생산능력(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최근 업계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자율 컨설팅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도출된 만큼 업계에서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석유화학 기업 10곳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갖고 사업재편·구조조정 의지를 표명했다. 협약에 참여한 업체는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 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이다.

특히 금융위는 채권금융기관과 함께 재무상황·자구노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도 규제완화,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등을 결합한 정부의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반면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사업재편을 미루거나 무임 승차하려는 기업은 향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당근과 채찍 원칙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현재로썬 사업재편을 둘러싼 기업별 또는 지역(울산·여수·대산) 산단별 상황, 구조조정 계획, 속도가 제각각인 만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지역에 신속하고 강도 높은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음에도 과거 호황에 취해 그동안 문제를 외면해왔다. 되레 설비를 증설하고,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라며 "만시지탄(晩時之歎·때 늦은 탄식)이며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석화 기업·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연말이 아닌 당장 다음 달이라도 제출하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속도감 있게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는 등 민관이 합심해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이뤄내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우리에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조선업'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라면서 "조선업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만큼, 석화산업도 고통스럽겠지만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조혜정 기자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