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브로커 [유레카]

정대하 기자 2025. 8.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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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4년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기업이 외국 국적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남 나주 한 벽돌공장 '지게차 학대' 사건의 피해자인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도 인권침해를 당했지만 퇴사할 수 없었다.

법무부, 해양수산부 등이 관리하는 취업 비자 이주노동자 송출을 민간업체들에 위임하면서 임금 착취, 통장 압수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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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4년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기업이 외국 국적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업연수생제가 외국인 송출 비리와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나온 대안이다.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에 인력 송출을 담당하게 하고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비전문취업(E-9) 비자의 경우, 17개 인력 송출국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관련 업무를 맡아 민간업체나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를 대폭 줄였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전문취업 비자 이주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로 불린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 한 벽돌공장 ‘지게차 학대’ 사건의 피해자인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도 인권침해를 당했지만 퇴사할 수 없었다.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고용주나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 중심의 독소 조항이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노동인권단체에선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한다.

또 다른 문제는 민간업체와 ‘브로커’의 중간 착취 구조다. 법무부, 해양수산부 등이 관리하는 취업 비자 이주노동자 송출을 민간업체들에 위임하면서 임금 착취, 통장 압수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브로커를 근절하려면 공공성을 높이면 된다. 경남 거창군은 2023년 1월 농촌일손담당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필리핀 출신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통역사로 채용한 뒤, 필리핀 시청 공무원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영어로 통화하며 상의했다. 그리고 현지에 직접 가 면접을 통해 계절근로자들을 뽑아 브로커 개입 여지를 없앴다. 이 과정에서 거창군은 처음 입국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겐 항공료를 미리 ‘가불’해주고 첫 월급에서 환불받았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해 144만명에 이른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들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한다. 그들의 노동력에 힘입어 제품을 생산하고 이익을 남긴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작은 빈자리를 내어주는 데 인색하다. 때론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상처를 준다.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의 사회권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 인권 협약은 모든 사람에게 사회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정대하 전국팀 선임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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