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소설 쓴 마산 중학생 “숨겨둔 마음 들킬까 부끄럽지만…”

주성희 기자 2025. 8.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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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36.5] 청소년 소설가 손예진

지난해 7월부터 쓴 소설 〈덜 익은 여름〉5일 출간
시, 편지 등 글쓰기 취미 결실
백은별 청소년 작가 보며 용기 내
고교 3학년 주인공 '청춘' 그려내

생소한 주제 자료, 책 뒤져보고
주변 친구와 아이돌에게서 영감
이야기 만들며 스스로 성장해
다음 소설 사랑 주제로 구상 중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은'은 버거운 삶에 지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때마침 엄마가 여름 방학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갈 것을 제안한다. 청량함과 초록빛 가득한 시골 마을에서 '도현'을 만나서 마음을 터놓게 되고, 둘은 좋은 인연과 추억을 만들며 조금씩 성장한다. 5일 출간된 소설 〈덜 익은 여름〉 이야기다.

이 소설은 가족, 우정, 학업, 사랑 등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해봤을 법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소설을 쓴 이는 마산 양덕여중에 다니는 손예진(13) 작가다. 손 작가는 어릴 때부터 시와 편지 쓰기를 좋아했고 그 결실이 책 한 권으로 맺어졌다. 개학 직전 그와 만나 차도 마시고, 양덕여중 교정을 걸으며 소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산 양덕여중 2학년 손예진 작가가 자신의 학교에서 최근 출간한 소설 〈덜 익은 여름〉을 들고 웃고 있다. /주성희 기자

청소년과 성인 사이 찬란한 청춘 = 손 작가는 현재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청춘이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즐겨 했고, 언젠가는 책 한 권을 써 내리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돼야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백은별 작가를 보고 나이가 어려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지난해 7월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백은별(16) 작가는 소설 〈시한부〉를 출간하면서 이름을 알린 청소년 작가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평소에 생각해 오던 이야기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손 작가는 이 소설의 큰 주제를 청춘으로 삼았다. 친구들과 그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엔시티의 구성원 도영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손 작가는 영향을 받은 인물을 그대로 소설에 넣지 않고 허구적인 설정, 그러니까 그의 상상을 더 많이 그려내려 했다. 아이돌 그룹을 소설에 넣을 수도 있었지만, 글에 방해가 되겠다는 판단에 제외했다. 이 또한 여러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친구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친구들이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숨겨둔 마음이 들킬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평소 독서량이 많은 친구가 보기에 소설의 전개나 구성이 약해 보이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 소설을 멈추지 않고 쓰다 보면 사라질 걱정인 건 알지만, 그래도 당장에는 부끄럽다.

아름다운 청춘이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청춘이란 어느 나이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아직 겪어보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고민이 깊고, 또 청춘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춘을 떠올려보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읽기를 권한다. 찬란한 청춘을 경험하지 못했든, 시은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든 10대를, 청춘을 되짚어 볼 수 있다고 손 작가는 추천했다.

소설을 쓰는 데 1년도 더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완성됐다. 그렇다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평소 접하지 않던 자료와 책들을 찾아봐야 했다. 그 좋던 글쓰기가 싫어져 한 달 동안 작업을 멈춘 적도 있다. 무엇보다 인물 성격과 관계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예를 들어 시은이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도현은 아버지와 갈등이 있지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인데 이를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에 시은과 도현과의 관계, 시은과 엄마와의 관계도 잘 구성해야 했다. 이렇게 작품을 완성하고 보니 뿌듯함이 컸다.
성장 소설 〈덜 익은 여름〉을 마산 양덕여중 2학년 손예진 작가가 여름 녹음 앞에 서 있다. /주성희 기자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첫 소설인데도 자전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앞서 말했던 영감을 받은 대상을 작품에 직접적으로 투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작품 중 그림을 그리는 시은에게 '그 그림 나 주라'하며 장난을 걸며 1줄 정도만 등장하는 인물이 작가 자신이라고 했다.

"친구들을 무척 좋아해요. 그들의 생각이 또 어떤 성격인지 궁금하고요."

친구를 향한 사랑과 그에 따라오는 관심이 주인공 시은을 만들어냈고, 소설을 전개하는 힘이 됐다. 소설 초반 시은은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버거워한다. '청춘'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다. 이 모습은 손 작가가 여러 친구에게서 본 모습이다. 손 작가는 "공부를 잘하는데도 성적에 목매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웠다"면서 "공부 말고도 길이 있고, 여유롭게 내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고 했다. 손 작가 또한 세상과 자신을 보는 방향이 그렇다. 그는 "학업으로만 내 길이 정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최근 케이팝 작곡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손 작가가 친구들에게 품은 바람이 작품 속 시은에도 담겨있다. 시은은 여름방학 때 돌아가신 할머니 댁에 가 머물면서 엄마와 동네를 산책하며 여유를 누린다. 바닷가에서 절친한 친구가 된 도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줄 알게 된다. 도현은 시은에게 "지금을 충분히 즐겨.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건 손해야."(67쪽)라고 넌지시 말했다. 짧은 방학이었지만 시은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작품 속에서 "학교 가는 일이 이제 두렵지 않다"라고 말하게 되는 시은이 있다. 손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는 1년 동안 시은처럼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모든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손 작가는 다음 소설로 사랑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사랑은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인상 깊게 읽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에서 시은과 도현의 사랑을 전개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다음 소설 또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상상력을 덧붙일 계획이다.

작품 속 4장 졸업식에서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손 작가와 친구들은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소설 제목 '덜 익은 여름'을 다시 들여다 본다. 

191쪽. 미다스북스. 1만 7000원. 
소설 〈덜 익은 여름〉표지. /갈무리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