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경력 없어도 괜찮아, KBO리그에서만 통한다면…2025시즌 외국인 투수 트렌드

김하진 기자 2025. 8.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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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한 LG 앤더스 톨허스트. LG 트윈스 제공



19일 잠실 LG전에 등판한 롯데 빈스 벨라스케즈. 연합뉴스



0경기와 191경기.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나왔던 LG 앤더스 톨허스트와 롯데 빈스 벨라스케즈의 빅리그 통산 경기 수였다.

메이저리그 경험에서는 벨라스케즈가 단연 우위를 점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웃은 건 톨허스트였다. 톨허스트는 이날 6이닝 5안타 2볼넷 1사구 6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5-2 승리를 이끌었고 벨라스케즈는 5이닝 7안타 2볼넷 3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쓰며 팀의 9연패를 막지 못했다. 지난 12일 KT전에서 77개의 공으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톨허스트는 2경기 전승, 데뷔전에서 13일 한화전에서 3이닝 5실점을 기록했던 벨라스케즈는 2패를 떠안았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터커 데이비슨을 두고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LG와 롯데는 모두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선택의 방향은 달랐다. LG는 빅리그 이력이 없는 톨허스트를 선택했고 반면 롯데는 벨라스케즈를 데리고 왔다.

야구계의 평가도 갈렸다. 벨라스케즈에 대해서는 롯데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톨허스트는 몇몇 타 팀들도 고개를 갸웃할만큼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웃은 건 LG 쪽이었다.

어찌보면 올시즌 외국인 투수에 대한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KBO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 이력에 상관없이 성공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롯데 알렉 감보아였다. 롯데는 기존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하자 감보아를 선택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도 시즌 초반이라 이력이 화려한 투수들이 거의 없었고 롯데는 빨리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는게 중요했다. 감보아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고, 선발 경험도 많지 않았지만 평균 150㎞의 공을 뿌릴 수 있는 구위를 믿고 선택을 했다.

감보아는 KBO리그 데뷔전까지만해도 우려를 샀다. 5월27일 삼성전에서 투구를 할 때 허리를 90도 숙이는 버릇 때문에 4.2이닝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6월3일 키움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7월 말까지 단숨에 7승을 올리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전전하다 비시즌마다 세차 알바를 해야만 했었던 감보아가 롯데의 ‘신데렐라’가 됐다.

롯데 알렉 감보아. 연합뉴스



KT가 2019시즌부터 7시즌 동안 동행한 장수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와 작별하고 새롭게 영입한 패트릭 머피도 경력이 많은 투수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35경기에서 불펜 투수로만 등판했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자리잡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선발 등판 경험이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 선발 등판은 7월 1일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등판한 경기였는데 1이닝 1안타 무실점에 불과했다. 직전 선발 등판은 6월26일이었는데 3이닝만 던진게 다였다.

패트릭은 데뷔전인 7월18일 한화전에서 구원 등판해 2이닝 3삼진 무실점으로 이강철 KT 감독에게 합격 도장을 받았고 차차 이닝을 늘려가며 선발진에 합류했다. 지난 10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거두는 등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았다.

감보아와 패트릭 모두 이력이 화려하지는 않다는 점, KBO리그에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적응해나갔다라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KBO리그의 공인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감보아는 “미국의 공인구보다 덜 미끄러운 KBO리그 공인구가 손에 잘 맞았다“라고 했다. 패트릭도 ”한국 공인구는 조금 더 작고, 심도 더 두꺼운 느낌이 있는데 오히려 투수에게 조금 더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KBO리그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수혜를 받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애초에 구위가 좋기 때문에 ABS가 지정한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강한 공을 던지면 볼카운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ABS 덕분에 새 외인 투수들은 오히려 한국 무대에 빠르게 연착륙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감보아, 패트릭처럼 빅리그 이력이 없는 키움의 의 새 외인 투수 CC 메르세데스도 “ABS 시스템이 정한 존이 있으니까, 거기에 적응하면 된다”고 견해를 밝혔고 2경기 11이닝 4실점 평균자책 3.27로 나름 선전하고 있다. LG가 톨허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ABS존을 공략할 수 있는 커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매 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이른바 ‘외국인 농사’를 지을 때 이력을 우선시하고 거액의 몸값을 들인다. 하지만 올시즌 보여지는 외국인 투수들의 양상은 빅리그 경험이 크게 성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다음 시즌 외국인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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