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케플러, 내달 13일 중국 공연…한한령 해제 기대감도 커져

이재명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한국 대중음악 가수들이 더욱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상품에 대한 중국의 암묵적인 제재인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20일 중국 푸젠성 문화여유청이 발급한 것으로 보이는 ‘영업성 공연 허가증’을 보면, 다국적 케이(K)팝 여성 그룹 케플러가 다음달 13일 푸젠성 푸저우시 푸젠회관에서 팬미팅을 연다. 허가증엔 ‘슈팅 스타’, ‘리와인드’, ‘백 투 더 시티’ 등 케플러의 노래 15곡을 공연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소속사 클렙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이날 “팬미팅이 열리는 건 사실이며, 해당 장소는 1500석 규모”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케이팝 가수들은 중국에서 팬미팅을 열어왔지만, 다수의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겸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열린 뉴진스 팬사인회도 공연 없이 사인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끝났다.
케플러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를 통해 결성돼 2022년 데뷔한 그룹으로, 한국·일본·중국·미국 국적 멤버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데뷔 이후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글로벌 팬덤을 넓혀왔고, 중국인 멤버 샤오팅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케플러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인들의 중국 활동은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케플러 팬미팅 다음날에도 푸저우시에서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래퍼 키드밀리가 공연한다. 지난 4월엔 한국 3인조 랩 그룹 ‘호미들’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공연했다. 미국 국적이긴 하지만 인디 뮤지션 ‘검정치마’는 지난해와 올해 시안, 우한 등지에서 공연을 열었다. 최근 중국 텐센트뮤직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로 올라선 것도 대중음악 교류 재개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2016년 7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 제작한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막았다. 이후 간간이 영화, 드라마 등 송출이 허가되고, 연예인 팬미팅 등이 열렸지만, 대규모 콘서트 등은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대중국 수출이 재개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진 배경에는 한-중 관계의 변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 외교를 천명하면서 미국·일본 일변도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오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대중문화업계는 윤석열 정부 시기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서서히 풀리면서 중국 문화 시장이 다시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관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에이펙 정상회의에 매번 참석했고,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보이그룹 이펙스의 푸저우 공연은 개최 직전 연기됐고, 같은 달 지드래곤의 상하이 전시도 무산됐다. 지난해 7월 록 밴드 세이수미의 베이징 공연 역시 3주 전 돌연 취소됐고, 다음달 하이난에서 연다고 했던 대규모 케이팝 콘서트는 현재 개최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중문화업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규모가 큰 중국 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이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 허가를 관장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명확한 한국 대중문화 재개방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공연 사실이 이슈가 되면 이를 취소하는 등의 조처를 내리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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