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나비’처럼…8년 만에 다시 날아오른 3호선 버터플라이

이정국 기자 2025. 8.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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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EP ‘환희보라바깥’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
새 미니앨범(EP) ‘환희보라바깥’을 들고 돌아온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김남윤(왼쪽부터), 남상아, 성기완.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서교동 클럽 스트레인지프룻 무대에서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는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밴드가 노래를 시작하자 ‘다시 볼 수 있을까’ 막연히 기다려온 팬들이 앞줄에서 눈물을 훔쳤다. 어떤 이는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했다. 그 모습에 남상아(보컬·기타)는 목이 메었고, 성기완(기타)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무대에서 꺼냈다. 긴 공백이 남긴 무게를, 가장 간단한 말로 전한 순간이었다.

데뷔 25돌을 맞은 3호선 버터플라이가 돌아왔다. 2017년 발표한 정규 5집 ‘디바이디드 바이 제로’ 이후 8년 만이다. 장르의 경계도, 창작의 형식도, 마음의 문턱도 닫지 않은 채 흐른 세월이었다. “열려있는 게 우리의 정체성이에요. 장르도, 방식도, 마음도 모두 다 열려있어야 밴드가 오래갈 수 있다고 믿어요.”(성기완)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자신들의 궤적과 앞으로의 시간을 동시에 설명했다.

새 미니앨범(EP) ‘환희보라바깥’을 들고 돌아온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성기완(왼쪽부터), 남상아, 김남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프랑스 니스로 떠났던 남상아는 음악과 멀어진 듯 보였지만, 마음속에는 조용히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이 차올랐다. “목소리가 나올까, 될까 싶었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마치 지난주에 합주하다가 다시 만난 것 같았어요.” 남상아는 공연 준비를 위해 가진 지난 6월 첫 합주를 이렇게 떠올렸다. 성기완은 “처음 20일쯤은 몸 푸는 시간 같았는데, 그다음 10일은 곡이 쫙쫙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부스에 들어가 잠깐 불러보자던 상아가 바로 노래하고, 내가 기타를 얹으면서 곡이 완성되는 그 감각, 예전 그대로였다”고 했다.

복귀의 첫 결과물은 오는 27일 발매하는 새 미니앨범(EP) ‘환희보라바깥’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내놓은 선공개 싱글 ‘너의 속삭임’은 복고적이고 빈티지한 사운드와 몽환적인 기타, 중독성 있는 베이스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영롱함으로 오랜 팬과 새로운 청자 모두 매혹시켰다. 미니앨범에는 좀 더 다양한 색깔의 곡들을 담았다. ‘보라바깥’은 자외선의 순우리말이다.

새 미니앨범(EP) ‘환희보라바깥’을 들고 돌아온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김남윤(왼쪽부터), 남상아, 성기완.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울트라바이올렛’(자외선)이란 영단어를 찾아보니 ‘보라바깥’이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너무 예뻐서 바로 쓰기로 했죠.” 성기완의 말처럼, 보라바깥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과 감각을 상징한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보라 안쪽보다 그 바깥을 감각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영역이죠.”(남상아) “땅속에 묻혀있던 유물이 어쩌다 햇빛을 본 기분이에요. 한때는 그냥 밥이나 담던 평범한 사기그릇이었는데, 세월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귀한 유물’ 대접을 받게 된 셈이죠. 욕심 부리지 않고, 그냥 예전만큼만 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김남윤·베이스)

이들은 한국 인디 록 1세대로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몇 안 되는 밴드다. 오래 버틴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성기완은 “후배들이 중심을 향해 달려가다가도 바깥에 머무르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남윤은 “버티다 보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짧지만, 오랜 시간 음악으로 버틴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간만의 컴백에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 3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환희보라바깥’ 발매 뒤 내달 5~7일 전남 신안에서 열리는 ‘더 그레이트풀 캠프 2025’에 참가한다. 내달 13~14일 서울 서교동 무신사 개러지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고, 27일 세종시에서 열리는 합동 콘서트 ‘디깅 라이브 세종’에 참여한다.

‘3호선 버터플라이’ 새 미니앨범(EP) ‘환희보라바깥’ 표지.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멤버들은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를 전했다. 김남윤은 “펜타포트 무대에 섰을 때 알았다. 20대도 좋아하는 밴드라니, 우리 성공했네!”라며 웃었다. 남상아는 “가끔 ‘쟤네 아직 저기 있겠지?’ 하고 들여다봐 달라. 그러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열려있을 듯하다. 과거에 매이지 않으면서도, 그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히트곡 ‘꿈꾸는 나비’는 이제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도 넌 꿈을 꿔”라는 노랫말은 팬들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변함없이 건네는 메시지다.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을 믿는 태도, 천만번 죽어도 다시 피어나는 꿈을 향한 날갯짓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남상아는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하나의 문장을 남겼다. “아무 말도 듣지 말아요. 자기만 믿어요.”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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