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의사제 도입 위헌·실효성 논란 따질 때 아니다

경북일보 2025. 8. 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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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 농촌 지역의 의료 공백은 이미 붕괴 수준이다. 영양군과 청송군 보건지소 곳곳은 공중보건의사조차 사라져 주민들이 요일별 순회 진료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먼 도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몇 해 전만 해도 10명이 근무하던 영양군 공보의는 이제 5명으로 줄었고, 내년이면 사실상 공백 상황이다. 청송군도 2018년 21명에서 올해 1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북지역 보건소 209곳 중 82곳(39.2%)에 공보의가 없다. 정부가 대형병원 전공의 집단 이탈 대책으로 농촌지역 공보의를 차출하고 신규 배치 인원을 줄인 결과다.

공보의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농촌 의료 체계 전체가 붕괴 상태다. 복무기간 불균형, 열악한 처우 탓에 기피 현상이 심각하지만 이를 해소할 근본 대책은 더디다. 지방의 공중보건의가 사라지는 현실 앞에서 '지역의사제' 도입을 둘러싼 위헌·실효성 논쟁은 사치에 가깝다. 주민의 생명과 건강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법 논리만 따지고 시간을 허비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희생을 초래할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정부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의료계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지만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발 딛지 않는 한 농촌은 의료절벽 지대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시행 중인 공중보건장학 제도가 지원 부진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저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를 향해 의료 사각의 책임을 떠넘길 때가 아니다. 의사 수급 구조 개선, 처우 보완, 근무 여건 정비는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 법리 논쟁이 필요하다면 국회와 사법부에 맡기되 당장 눈앞의 농촌 의료 붕괴를 막는 해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보의마저 사라져가는 지역 농촌은 이미 빈사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역의료의 심각성을 직시한다면 대승적 결단으로 지역의사제를 받아들이고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의료는 국민 기본권이다. 농촌 주민이 아픈 몸을 이끌고 버스를 놓쳐 약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지역의사제는 논쟁거리가 아니라 절박하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