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침묵의 질병 '신장질환'···당뇨·고혈압 관리로 예방을
노폐물 배출·혈압 조절·뼈 건강 등 기능 다양
성인 9명 중 1명 신장질환···주범 당뇨·고혈압
망가지면 회복 어렵고 투석·이식 외 대안없어
정기적 소변검사·혈압혈당 관리 등 예방 최선

# 특별한 병력이 없었던 52 세의 김모 씨는 중소기업에 20년째 근무하면서 직장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아왔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소변검사에 이상이 보이고 혈압이 약간 높으니 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근래 부쩍 피로가 심해져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기가 힘들고 입맛도 없고, 만나는 사람마다 눈두덩이 부었다느니 혈색이 나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다. 소변에 거품도 점점 많이 보여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종합병원 신장내과를 찾아 신장기능 검사와 24시간 소변 검사, 신장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 마지막까지 말 없는 장기 '신장'
신장질환은 흔히 '침묵의 질병'이라 불린다. 왜냐하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자각하지 못하고 방치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층은 신장 기능 저하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피로감이나 부종,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단순 노화나 피곤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미정 동강병원 인공센터장을 통해 건강한 신장에 대해 알아본다.
# 신장의 기능
신장은 등의 갈비뼈 아래쪽에 양쪽으로 자신의 주먹만한 크기로 위치하고 있다. 콩의 모양새에 팥의 색깔을 띄고 있다고 해서 우리말로는 콩팥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사람 몸무게의 0.4%에 불과하지만, 하는 일은 너무나도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 몸에 흡수되는 모든 수분을 배출하는 일을 하고, 그 수분을 통해 영양분이 대사되고 난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수분을 조절하는 동시에 심장과 혈관에 신호를 보내 혈압을 조절하기도 하고 피를 만드는 공장에 신호를 보내 피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칼슘과 인의 수치 조절도 도맡아 뼈 건강에도 관여한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 신장 이상 증상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신장이 병들게 되어 그 기능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나열했던 그 기능들이 모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우리가 음식이나 음료를 먹어서 몸에 흡수된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몸이 붓게 되고, 노폐물도 밖으로 배설되지 않아 쌓여 오심, 구토 등 요독증이라고 불리는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져 고혈압이 생기고, 피를 만드는 공장은 피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 신성 빈혈이 생기게 되며 피곤하고 숨이 차며 어지러운 증상 등을 동반한다. 몸 속 칼슘과 인의 농도가 조절되지 않아 뼈가 약해지고 혈관 벽에는 칼슘이 붙어 혈관이 더 뻣뻣해지고, 결국 혈관 문제를 일으켜 즉 심뇌혈관계 등 중요 장기에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결국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태가 된다.
# 회복이 어려운 신장
그런데 더 무서운 점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신장이 서서히 망가지게 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장 기능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검사에서 신장 기능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를 만성신장병 혹은 만성 콩팥병이라고 하며 이 경우에는 신장 기능 회복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 기능이 많이 나빠져 약물로는 앞서 나열했던 증상들이 조절되지 않게 되면 결국 내 신장을 대신하는 신대체 요법인 투석을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신장 이식이나 투석 말고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에 신장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악화를 최대한 막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 되겠다.
# 신장병 원인 '당뇨와 고혈압'
위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빨리 신장내과로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되지만, 증상이 없을 경우 막막하다. 누구에게 신장병이 잘 생기는지만 안다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신장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해서 진행을 최대한 막을 수 있지만 쉽지 않다.
다행히도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이 답답함을 어느정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원인 질환을 조사해봤더니 전체 환자의 무려 절반이 당뇨병 때문에 생긴 것으로 나타났고, 20% 가량이 고혈압 때문에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0%는 흔하지 않은 원인에 의한 것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부분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흔한 당뇨병과 고혈압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혈당과 혈압 관리를 잘 하면서 정기검진만 잘 받는다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조심해야 할 점들이 있다. 몸이 아플 때 먹는 진통 소염제, 일부 항생제 등도 신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 보조식품이나 영양제, 식물을 끓이거나 달인 물 등의 무분별한 섭취도 신장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몸이 좋지 않을 때 잠깐 복용하는 약은 대부분 큰 무리가 없으나 의사와의 상의 없이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약들은 고혈압, 당뇨병 만큼이나 신장을 망가트리게 되므로 약을 복용했는데도 호전이 없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꼭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시는 것을 권한다.
# 만성신부전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당뇨병이다.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투석 환자의 50%에 육박한다. 과거에는 만성 사구체신염과 고혈압이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약 10년 사이에 급격히 역전됐으며 앞으로 그 비중은 점차 더 커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40세가 넘으면 직장 검진이든, 사비를 들여서라도 매년 한번 정도는 소변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건강한 중년 이후의 삶을 위해 도움 된다. 소변 검사는 시행하기도 쉽고, 결과도 한두시간만 기다리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콩팥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많이 제공해 준다.
대한신장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 9명 중 1명은 그 정도와 상관없이 만성신장병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제가 없는데다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는 우리의 신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과 철저한 혈압, 혈당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정리=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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