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손길’에 핵과 욕으로 응수한 北…李정부 대북정책 시험대 위로
李대통령 ‘화해 제스처’에도 北 “개꿈” 반발…김정은 “핵무장 확대”
여야 평가 극명…“北 아직 선 안 남어” vs “北체제 존중은 반헌법”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통해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그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남과 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거친 반발로 맞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장 확대'까지 공언했다. 여야가 대북 정책 방향에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모습이다.

"北 체제 존중" 앞세운 이재명式 대북정책
대북 정책은 역대 모든 정부의 난제였다. 안보와 경제,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남북문제에 보수도, 진보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진 못했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남북정상회담과 교류협력을 이끌며 평화의 장면을 연출했지만 북핵을 막지 못했고, 노무현 정부도 '평화번영정책'으로 개성공단을 본격화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내세웠지만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했지만 5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때 긴장을 완화했으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화의 불씨가 꺼졌다.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노선'을 택했다. 북한을 압박해 핵·미사일 고도화를 단념시킨다는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결국 이 같은 구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과 외환 혐의'라는 파국으로 끝을 맺었다. 이후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요약하면 ▲북측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추진이다. 북한은 주적이라 단언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김정은의 군부 통치 역시 '하나의 체제'로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에 대북 정책의 최전선인 국방부와 통일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우선 국방부는 장병 정신교육 지침서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북한 추종세력의 위험성을 강조한 '내부 위협세력'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 지난 4~5일 이틀에 걸쳐 대북 확성기도 모두 철거했다.
또 통일부는 2018년부터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를 올해에는 내부 자료로만 만들고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보고서 비공개 방침과 관련해 "공개 비난 위주의 공세적, 대결적인 북한 인권 정책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본다"고 했다.

李 화해의 손길에…北 '핵무력 강화'로 대응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이재명 정부가 취임한지 이제 막 두 달여가 지났기에 북한이 변화할 시간과 변화의 계기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최근 북한이 내놓은 입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관과 큰 괴리가 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평가 절하하면서 적대적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되레 '핵무장 강화' 방침을 밝히며 대남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며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나아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확실히 리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발언을 거론하며,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 북한의 반응 등을 두고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선을 긋고 있는 북한에 대해 "선을 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얘기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라(는 게 나의 생각)"이라며 "인도나 파키스탄은 (국제사회가) 공인하지 않지만 (핵) 보유국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 일각에선 남북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는 것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제기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노릇을 하며 굴종적 대북정책으로 안보를 무너뜨리더니, 이 대통령은 이제 김정은, 김여정 짝사랑 수석 스토커라도 자처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자유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국민의 안전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한 착시와 망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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