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의 첫 공급 대책, 또 재탕?…집값 상승 재점화 우려도

오유진 기자 2025. 8.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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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인허가 단축 등 과거 정책 되풀이 전망
“뻥튀기식 공급 공약 끊고 현실적 목표로 전환해야”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빠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까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9월 초 공개될 부동산 공급 대책에 시장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 6·2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카드로 불리는 이번 정책이 과거 정책 '재활용'에 그칠 것이라는 실망감이 퍼지면서다. 6·27 대책의 효과가 점차 약해지는 상황에서, 시장이 원하는 공급책이 나오지 않으면 억눌렸던 투기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급 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건 1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책의 방향을 시사하면서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큰 틀에서는 3기 신도시를 속도감 있게, 짜임새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책 관철의 의지를 담아 수도권 유휴부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언급된 정책을 종합하면 △3기 신도시 신속 공급 △도심 내 유휴부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이 이번 공급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에서도 이미 추진했던 내용이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대표적인 공급 정책이다.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과 인허가 단축 방안 등은 도시정비사업이 본격화됐던 2000년대 초부터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한 것과 달리 결국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공급 대책에 속도만 붙인다고 해서 그것이 '치료제'가 되겠느냐"며 "부동산 대책을 완결짓겠다는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정책 재활용이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무리한 목표만 내세웠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 불신을 키운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공개발을 통해 임기 내 200만 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내걸었지만, 잦은 정책 변화와 집값 급등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도 1기 신도시 재건축 등과 함께 5년간 27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토지 확보와 재원 조달 문제가 얽히면서 계획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목표 대비 실제 공급 실적은 40~50%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권 기조 역시 시장이 원하는 공급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에서는 신규 공급 대책으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물량 공급이나 기존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수도권 집중 해소에 맞춰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새로운 신도시를 만들면 그게 또다시 수도권 집중을 불러온다는 말이 맞다"며 "목마르다고 해서 소금물을 계속 마실 수는 없다. 4기 신도시는 없다"고 신도시를 활용한 공급 대책에 선을 그어왔다.

"공급 부족 시그널, 가격 상승 심리로 이어져"

문제는 공급 대책에 대한 기대가 식으면서 6·27 대책으로 잠재웠던 집값 상승의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향후 2년간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급 절벽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이 일반적인데도, 공급 대책에 대해 이렇다 할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 익숙한 즉각적인 공급 대책보다는 공공 중심의 공급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방식이 시장 수요자들에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비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연쇄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퍼져 실제 가격에 영향을 주고, 지금의 가계대출 규제의 효용이 없어지는 수준이 된다면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지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명확한 로드맵과 수치(물량)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를 기점으로 '뻥튀기식 부동산 공급 정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장된 공약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만큼, 향후 정책은 실현 가능한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리 거창한 공급 대책이라도 시장이 납득하지 못하면 정부가 원하는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기존에 과도하게 설정된 공급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여파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대출 규제를 통한 수도권 수요 억제 대신 지방으로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지방 중심의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급 속도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면, 결국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거나, 지방에서 서울로 진입하려는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정부 기조에 맞춰 지방 경제를 살리는 측면의 수요 분산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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